[경기중앙신문]

▲[시인] 염두성

닻 내린 항구   [시인 염두성]

기다리다 치친 흔적이 퍼런 물로

변해간다

바람을 타고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녹슨 쇠사슬로 묶여 있는지 오래전이다

오지 못하는 건지

오지 않는 건지

기다리다 녹이 쓴 지 오래되어간다

발자국 소리가 수평선 위로

떠다니다 파도 소리마저 잠든 지

오래전 일이다

오지 않는 건지

오고 있는 건지

녹이 쓸어

녹물이 줄줄 흐르도록 기다리고 있다

보고 싶어 기다리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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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앉으면  [시인 염두성]

틈새 사이로 들락날락하는

자유로운 영혼이여

사랑은 바람입니다

햇살마저 그 틈새를 비집고

내려앉아 차가워진 어둠 속에

환한 온기가 되는 이여

틈새마다 빛이 되는 이여

짙어진 푸른빛은

그대를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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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쁘다   [시인 염두성]

자연이 아름다울까요

보는 눈이 아름답게 볼까요

끝없이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 하는 게

자연일까요

우리일까요

뭐니 뭐니 해도 사랑할 때가

가장 아름답겠지요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

한 아름 선물을 안고 있는 것처럼

행복하겠지요

지금이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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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은 떨어지고  [시인 염두성]

은은하게 매달려 고개 드는 풀잎 소리

초록에 휩싸인 빗물마저 아프게

툭툭 떨어지는 슬픈 추억들이

지금은 젖은 땅 위로 패여 가는

상처들이지만 민들레는 달빛 위에

꽃을 피우겠지요

보드라운 살결 같은 빛깔 속에 스며 갈 때는

많이 보고 싶습니다

맨살에 닿는 환한 그 달빛

당신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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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오면   [시인 염두성]

보름달을 보는 것처럼

속 눈썹 속에 갖춰져 은은하게

골목부터 환해져 창에

스며들수록 그리워지는 사람

나날이 예뻐지는 숨겨진

비밀이 뭐예요

밤 이 오면 어둠 속에서

매일 아득히 떠오르는

눈먼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