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앙신문]

[시인] 염두성

겨울이 녹아 봄이 온다네

[시인] 염두성

떨리는 한 송이는 아직도 피우지

못한 채

촉촉한 입술로 꽃잎을

적시고 싶은데

바짝 마른날들이 눈물 한 방울 없이

마른 손으로 흙을 부여잡고

너 하나를 생각하는 아픈 날들이

왜 이리 슬퍼 보이는지

먼지 가득한 서러운 날들

애정 가득한 한줄기 빛을 기다립니다

젖은 눈을 뜨고 또다시

고여가는

너의 생각을 담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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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건지 오는 건지

[시인] 염두성

가만히 가만히 내 마음을 내려놓고

눈꽃에게 묻고 있습니다

가벼운 몸짓으로 조심조심

내려와 실가지 위에 닿았습니다

포근히 덮여 갈수록 아름다운 세상

그리워 눈을 뜰수록 고여가는 세상

지친 어깨 위에도 수북이 쌓여만

갔던 지난 이야기들

말은 못 해도

속울음으로 녹아흐르는 물방울이

옷깃을 적시지만

층층이 흰 눈꽃이 내려앉는

자리마다 꾹꾹 눌려 약속했던

발자국 소리가 반갑게 점점이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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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눈을 뜬다

[시인] 염두성

참을수록 낮을수록 예뻐지는 꽃 망울

터트리면 보러 갈게요

실 눈뜨는 바람이 봄날을 깨워

빛깔마저 봄꽃처럼 숨 막히게

가슴에 숨기고 있다

참다 참다 어느 봄날 꽃망울이

후드득 터트릴 때 진한 커피

한 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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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을 깨우고

[시인] 염두성

어둠이 내리면 고개 들어 바라본

별빛이 마냥 아름답던

그 시절이 또다시 찾아와

나를 설레게 반기고 있어요

그 시절에 꾸었던 꿈들이

이제 나를 깨우고 일어서는 저 태양빛

바라볼수록 눈이 부셔 희망에

부푼 옷깃을 스치고 있습니다

사랑할수록 따뜻한 햇살은 꽃을 피우고

향기로운 바람은 내 귓가를 맴돌며

간지럼을 태우고

밤하늘에 별빛은 마냥 반짝이는

눈빛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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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은 청산을 휘갈기고

[시인] 염두성

검게 태워지는

너를 흰 종위에 옮겨

높게 자리 잡아 앉은

산허리는 목향으로 향기롭고

붓끝에 가느다란 떨림으로

남아있는 연유는

타버린 마음 갈고 또 갈아서

산허리에 휘몰아치는

검은 눈동자

뼈만 남아 쉼 쉬는 한 호흡이

묵향으로 베여있는

너는

볼수록 향기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