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앙신문]

▲ 염두성 [시인]

먹물      [시인:염두성]

이유가 있는 곳에 검은 뿌리가

자라나 머물게 되고

머무는 곳에 꽃으로 피더라

추운 하늘도 푸르고

바람 없는 곳에 구름이 머물고

빈 그릇에는 마음이 담기더라

고요한 그 눈빛에서

설레는 사람이 있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있다면

오래도록 세월 속에 담아

아름다운 시간 속에 머무르겠지요

바람은 마음을 움직이고

햇살은 환한 표정으로 다가오고

그대는 푸른 잎의 청춘이

사랑스럽습니다

뿌리는 꽃을 피우기 위해 있다면

그대는 흰 종이 위에 검은 뿌리를

심의니 꽃보다 아름답지요

==================================================================

너는 어디에    [시인:염두성]

사진 속에 12월은 포근한데

나뭇잎이 없는 12월은 어딘가

뒤뚱거리고 흔들거리는

너마저 없는 12월 얼마 남지 않는

짧은 마디는 단단하다 하지만

짧게 남겨진 햇살은

긴 겨울밤을 헤집어 차디찬

마디마다 부러지기 쉽지

물을 만나면 물살이 되어 흐르고

빛을 만나면 눈부신 빛이 되고

12월은 따뜻한 크리스마스가

있어 외롭지 않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

햇살이 내릴 때마다   [시인: 염두성]

마법 같은 목소리는

피에로를 찾아

소중한 눈빛으로 새까맣게

태워버린 가슴이 아파도

사랑은 그런 거라고

겨울나무에 앉는 새는 가느다란

발가락 같은 목소리로 흔들리는

가지를 움켜쥐고 바람 따라

부르는 노래마다 펼쳐놓은

사랑에 목소리 피에로는

웃고 있어요

====================================================================

오아시스를 찾아    [시인:염두성]

목소리가 빛깔처럼 예뻐서 좋다

감미로운 커피향이 나서 좋다

햇살이 내리면 꽃이 피듯

따뜻한 목소리는 가슴속에

한들거리며 피어 향기롭다

오늘처럼 밤새도록 눈꽃으로

내려 하얀 세상을 선물하는

아침 같은 목소리는

사랑스러운 꽃잎으로 피어나는

노래가 이어폰 속에서

속살거려요

====================================================================

눈꽃이 하고픈 말 뽀드득   [시인: 염두성]

하얀 눈을 밟으면 뽀드득 뽀드득

말을 한다

보고 싶다는 말일까

사랑한다는 말일까

너무 그리워 하늘에서부터 참고 참은

간절한 이야기를 부서지는 가슴으로

지금 들려주고 있는걸까

백 번을 천 번을 밟아도 뽀드득 뽀드득

그 많고 많은 말 중에 왜

뽀드득 뽀드득일까

그대도 내게 천 번을 만 번을 묻는다면

사랑한다는 그 말밖엔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