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앙신문]

염두성 [시인]

굳어진 얼음   염두성 [시인]

달빛을 오래도록 바라보면

눈빛이 반짝이고

코가 자라나고

촉촉한 입술이 은은하게

스며오는 이 향기로움

너는 바람이었구나

나는 얼음으로 꽁꽁 얼고 있는데

떨군 눈물방울 속에

가득 담긴 달빛을 가슴에

묻어 꽁꽁 얼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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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자라고  염두성 [시인]

많은 별빛을 거느리는 어둠이라면

별 하나 따서 드릴 것을

어둠을 밝히는 환한 달빛이라면

달빛 같은 마음을

드릴 것을 드릴 것이 없어

글썽이는 마음뿐입니다

많은 사랑이 물처럼 흐르지만 가득

담을 수 있는

호수 같은 사랑이라면 좋겠습니다

어둠 속에서는 수많은 생각들이

뿌리를 내려 자라나지만

아침이 되면 환한 생각들로

넘쳐나겠지요

어둠이 깊어질수록 빛나는

그대는 은하수의 물결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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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습니다   염두성 [시인]

언제 만날까요

온기가 남겨진 커피가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좋겠습니다

아직인가요

그저 한번 보고 싶은 마음

그뿐

앉으나 서나 그뿐

가슴부터 뛰는 심장 속 설렘이

좋아서 한 없이 좋아서 그저 눈빛 속에

가득 넘치도록

올려놓고 싶습니다

흐르는 눈물이어도 좋고

닦아주는 손길이어도 좋고

잡은 손이 부끄러워도 아름다워서

좋겠지요

그대라면 우주 끝 블랙 홀로

빨려간다 해도

남겨 놓겼습니다

사랑하는 마음 곱게 접어

종이비행기에 태워 띄우겠습니다

어디로 띄울까요 사랑스러운

그대여 종이비행기는 날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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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을 보고 있다   염두성  [시인]

사랑이 사랑할수록 보고 싶다

어둠이 깔려도 막을 수 없는

벽에 기대어 불러보는 슬픔이여 안녕

긴 슬픔이 어둠 속에 가라앉을

지언정 달빛은 떠오르고

별빛은 반짝이고 흩어진 숨소리

달빛 아래 모아

반짝이는 사랑아 보고 있어도

너는 보고 싶다

어둠이 앞을 가려도

너를 더 선명하게 보고 있는 사랑아

보고 있어도

너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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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락 사그락 내려앉는 소리   염두성  [시인]

말랑말랑한 입술로 나를 부르는

반짝이는 빛깔처럼 촘촘히 베어 오는

목소리에 한번 안기고 싶다

가을은 가는데 그리 위지는 건

너의 목소리 찬 솔가지 위에

눈꽃으로 쌓이고 있겠지

빈손을 내밀어 하늘을 덥석 앉아봅니다

천상의 가느다란 떨림에

꽃잎 떨이 지듯 하늘에서 펑펑

내려앉는 눈꽃처럼 하얗게 덮어

보드득보드득

그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