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홧김에 지나가는 여성을 때리고 도망친 10대를 뚜렷한 증거도 없이 강도미수·강도상해 혐의로 기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진술에도 '맞았다'는 내용만 있을 뿐 다른 증거는 없었지만 강도죄로 구속하면서 아무 범죄전력도 없는 피의자는 사건 직후 3개월간 구금생활을 했다.

지모(19)군은 지난 4월11일 오후 11시20분께 집앞에서 자신을 범죄자처럼 쳐다본다는 이유로 A(23·여)씨를 뒤따라가 머리채를 잡았다가 놀란 A씨가 소리를 지르자 그대로 달아났다.

지군은 또 15분 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B(16·여)양의 얼굴과 뒤통수를 주먹으로 3대 때린 뒤 도망쳤다.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지군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한 뒤 성범죄 목적이 있었는지 조사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지군에게 성범죄인 강제추행죄로 기재된 진술서 양식을 줬고 놀란 지군은 중한 처벌을 피하기 위해 "돈이 필요해서 때렸다"고 허위자백을 했다.

이로 인해 구속된 지군은 검찰에서 "분풀이로 때렸다"고 말을 바꿨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강도죄로 구속기소됐다.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영한)는 강도미수·강도상해 혐의로 기소된 지모(19)군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강도죄에 대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고 폭행과 상해 혐의만 유죄로 인정,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경찰에서 성범죄로 조사받게 되자 보다 가벼운 다른 범죄의 자백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경찰에서의 피고인 진술은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피해자들도 '누군가로부터 맞았을 뿐 다른 피해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점, 당시 CCTV 영상에도 단순히 때리고 도주하는 모습이 찍혔을 뿐 강도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는 점을 종합하면 공소사실은 무죄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폭행과 상해죄에 대해 "불특정 행인을 상대로 범행해 죄질이 나쁘지만 피해정도가 크지 않고 사건 직후 구속돼 3개월 가량 수감생활을 한 점 등을 참작했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