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8대 경기도의회 첫 임시회가 여야간 자리다툼으로 파행을 초래했다.  사진:데일리와이제공

경기도의회가 시작도 전에 난장판이 됐다. 당리당략에 따른 자리다툼이 그 원인이다. 그 시작은 제8대 도의회 다수당으로서 과거사를 들먹이며 사과를 요구하는 민주당과 민심의 심판을 받아 소수당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뜻대로 안되면 물리력을 행사하겠다는 한나라당의 고집에서 비롯됐다. 양당의 고집은 결국 의정파행과 함께 경기도의회 사상 첫 의장선출 실패라는 오명을 불러왔다. 이들에게는 도정 현안해결을 위한 예정된 의사일정은 물론 도의회 견학에 나선 어린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조차 안중에 없었다. 9일 한나라당의 유감표명으로 양당의 분쟁은 일단락 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후보자 시절 도민을 최우선으로 받들겠다고 약속하며 표를 구걸하던 도의원들의 머릿속에 도민보다 정당이 우선한다는 것을 보여준 일화로 남게 됐다.

◆민주당, “사과해라”…설욕 앙갚음?
제8대 경기도의회의 파행은 이미 예견된 시나리오였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견제론에 힘입어 민주당이 도의회 다수당이 되면서부터다.
제8대 의회는 한나라당 42명, 민주당 76명, 국민참여당 2명, 민노당 1명, 진보신당 1명, 무소속 2명 등으로 구성됐다
다수당이 된 민주당은 변화된 상황에 빠르게 적응했다. 민주당은 의회 개원을 앞두고 한나라당에 “먼저 사과부터 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고영인 도의회 민주당 대표는 “정상적인 원구성을 위해서는 먼저 한나라당이 제7대 의회 원구성 과정에서 했던 독식 행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원구성과 관련한 한나라당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겠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제7대 의회에서 소수당으로서 겪은 수모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제7대 도의회에서 민주당은 다수당의 횡포에 기조차 펴지 못했다. 특히 2008년 7월에는 도의회 후반기 원구성을 하면서 상임위원장 전석을 한나라당이 차지했다.
민주당은 당시 상생정치의 정신을 살리는 차원에서 부의장 1명과 함께 위원장직 3석을 요구했으나 상임위원장 1명만을 양보할 수 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무력하게 무너졌다. 한나라당은 “억울하면 다수당이 돼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과거 한나라당의 횡포를 벼르고 벼르던 민주당이 도의회 파행까지 감수해가며 先사과를 요구한 이유다.

◆한나라당, “과거는 과거일 뿐”
한나라당은 이번 원구성에서 의회 의석수 비율(민 76:한 42)에 따라 부의장 1석과 상임위원장 4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사과 요구와 함께 원구성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의장 후보로 허재안(성남2) 의원을 비롯해 부의장 후보로 김경호 의원과 김주삼 의원을 추대했다. 부의장 몫 두석을 모두 가져가겠다는 포석이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원구성을 빌미로 ‘한풀이 보복정치’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 의회에서 있었던 일을 이번 의회까지 끌어들이는 퇴보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그리고는 물리력 행사도 불사하겠다는 강경책을 폈다.
도의회 정재영 한나라당 대표는 “사과할 명분이 없다. 그 당시 상황에 맞게 처리가 됐다”며 사과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원구성을 강행하면 물리력 행사도 불사하겠다”며 “사과요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양당의 충돌은 ‘의회파행’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6일 원구성을 위한 첫 임시회가 열렸지만 본 회의장에는 여·야간 고성만이 오갔고 의회는 난장판이 됐다.
이날 방청석에는 지방의회 견학에 나선 신풍초등학교 4학년생 60여명이 모여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도 양당의 당리당략 추구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은 저마다 先원구성 협상, 先사과를 외치며 책임 떠넘기기에 혈안이 됐고 결국 첫 임시회는 10여분 만에 무산됐다.

◆네 탓 공방에 의사일정 차질
의장선출 자체가 지연되다 보니 산적한 의정 현안은 자연스레 뒷전으로 밀리게 됐다. 도의회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된 셈이다.
도의회는 당초 6일 의장단 선출에 이어 9일 상임위원장 선출, 13일 예산결산·윤리특별위원회 구성 및 도정·교육행정 업무보고, 이후 실국별 업무보고 및 조례안 심의 등으로 의사일정을 계획했다.
그러나 첫 날 원구성 파행으로 이 같은 의정현안이 줄줄이 지연되는 상황을 맞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당은 의정파행에 대한 네 탓 공방에만 열을 올렸다.
양당은 원구성 실패 직후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어 상대방 비난에 나섰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미리 짜둔 각본에 따라 우리 민주당의 정상적인 회의진행 요청을 일방적으로 묵살하고 정회를 선포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는 다수당이지만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의사일정을 진행하려는 우리 민주당, 그리고 소통과 상생의 의회민주주의를 염원하는 경기도민에 대한 기만행위”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에 이어 한나라당도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역공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애초부터 승자독식 각본을 만들었다는 것을 경기도의회 제8대 개원과 함께 명백히 확인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은 “의석비율에 따라 부의장 1석과 상임위원장 4석 배정을 요구하는 한나라당의 요구에 즉각 응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