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앙신문]

▲陽村 염필택 [시인,문학]

새날에는         [陽村 염필택]

-호국보훈의 달에 부쳐(제17회 대한민국통일예술제 대상 수상작)-

하늘이 개벽하니 환숫(桓雄)이 강림하사

요하 강변 곰네(熊女)의 살가운 마중에

하늘과 땅이 합쳐져 신시(神市)를 열었다네

태백산 마루터기 피붙이 모여들어

치우의 홍포(紅袍) 자락 탁록에 휘날리며

황제의 하늘 찍어내고 기치를 든 배달국!

만주벌 호령하던 고구려 조의 선인

바다를 주름잡던 해상제국 싸울 아비

일떠선 화랑정신에 통일된 천년왕국

망국의 겨레붙이 얼싸안아 보듬고서

당나라 검은 야욕 일거에 무너뜨려

찬란한 민족문화 피워내던 백의민족

대 이은 고려, 조선, 반도에 흥성하여

세계최강 몽골군, 조일전쟁 극복하며

오 천년 민족문화 금자탑을 쌓은 나라

북풍한설 풍찬노숙 주린 배 참아가며

나라 잃은 절통한 마음 골수에 새겨

조국을 되찾고자 떠돌던 망국의 세월

강대국 야욕 앞에 이념의 노예 되어

시신이 산을 이루고 피가 강을 이룬

동족 간 애끓는 비극, 통곡의 상잔 흔적

이념도 사상도 간곳없는 고지에는

허연 머리 억새만 기억을 곱씹으며

애끓는 망향가를 서걱대고 있구나

비대칭 무기도입 끝없는 군비 확장

창과 방패 무한경쟁 우여곡절 겪으며

지나온 칠십여 년의 어름사니 놀음판

골골이 굽이치며 노래하는 북한강

산자락 어루만지며 춤추는 남한강

한강수 합수머리, 어우러져 궁궁을을

백두 영봉 천지수 동서로 내달리고

한라 영실 백록수 남북으로 흐르니

억겁의 세월 영원히 어울려 을을궁궁

너나들이 드나들며 얼 크러 설 크러

다물 정신 벼리어 새날을 열어가며

온 세상 골골이 다시 휘날리며 살고지고

찰떡궁합 남북여건 조화 이룬 경제 대국

K_문화 거듭나며 내보이는 문화강국

격양가 울려 퍼지는 통일 조국 만만세! 

(연시조: 염필택 시조집 ‘바람의 속내’ 수록작, 2023)

<시작 노트>

6월은 “호국보훈의 달”로써 조국의 소중함과 애국의 자세를 가다듬는 달임은 누구나 알 것이다.

한때는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에 맞서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고구려 관련 드라마를 제작하고 학자들은 요하 문명과 우리 조상의 관련성을 부각하고 고조선 관련 서적을 연이어 출간하더니 어느새 시들해졌다.

쉽게 흥분하고 쉽게 잊는 민족성을 ‘냄비근성’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민족자존과 조국 수호의 의지만은 냄비근성을 띠어서는 결코 아니 될 것이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호국선열에게 감사드리고 조 국을 수호하여 발전시키려는 의지만큼은 더욱 공고히 해야 할 것이다

* 탁록(𣵠鹿): 치우 단군왕검이 황제와 대전(對戰)을 치른 장소로 치우를 무서워한 중국인들이 도깨비 형상으로 만들어 섬겼고 그 형상이 2002 월드컵 때 붉은 악마의 상징으로도 쓰임.

* 조의 선인: 고구려 무사 집단

* 싸울아비: 백제의 무사 집단으로 나중에 일본으로 건너가 사무라이의 원조가 됨

* 다물(多勿) 정신: 고구려 건국 태왕 주몽의 고조선 강역(疆域)을 회복하려는 정신

<프로필>

염필택: 경기 안산 출생. 수원에서 성장. 공주교대를 거쳐 협성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雅號로는 성장지 栗田(시, 수필)과, 출생지 陽村(시조)을 인용하여 사용하고 있음.

시, 시조, 수필 부문에 등단하였고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문화관광부장관상을 비롯하여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함.

시집 「살다 보니 사노라니」와 시조집 「바람의 속내」가 있으며, 동인지 <토방구리>, <꽃다리>, <옹이> 등에 참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