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앙신문]

▲栗田 염필택 [문학,시인]

내 남편은 불세출의 영웅!   [栗田 염필택]

내 남편은

꽃미남들도 울고 갈 외모에

불세출의 헌헌장부(軒軒丈夫)

첫눈에 넋이 빠져 반해버렸던 사내

여인에 눈뜨자마자 나를 만나

죽자사자 따라다니며

정신줄을 놓아버렸던, 일 불출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쎄빠지게 일해서 벌어오고는

용돈 인상해 달라 애원하던, 이 불출

술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남 핑계에 청탁불문, 두주불사

허구한 날 얼굴 까대던, 삼 불출

급행으로 권태를 느끼더니

춘삼월 수캐 모양 속 썩이고

용서해달라고 싹싹 빌던, 사 불출

비정규직에 쥐꼬리 월급이면서

재벌보다 더 잘난 척 으스대며

큰소리만 뻥뻥 치던, 오 불출

사십 넘으니 밤이 무섭다며

곁에도 안 오려고 슬슬 피하며

의처증만 날로 불어난, 육 불출

운동은 안 하면서 식탐만 늘어

배는 나오고 머리카락은 날로 빠져

포대 화상으로 변해가는, 칠 불출

마누라 치맛자락 붙들고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는 천덕꾸러기

삼식이 새끼 소리 듣는, 팔불출

불세출이 팔불출 짓 그만하고

제발 좀 나가 놀다 오소!

영식이님, 소리 듣고

이쁨받을 궁리나 하소!

설령 다시 인연이 닿는다 해도

우리 다시는 다시는 만나지 맙시다

다시 태어나도 그 짝을 찾지 않으리다

결단코,

결단코….

(시집 살다보니 사노라니/ 염필택/ 2022 수록작)

<시작 노트>

“부부의 날”을 즈음하여 지난주에 게재했던 “내 마누라는 팔등신!”의 짝을 이루는 시편으로 연속하여 게재한다.

과거의 유교문화권에서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가 요즘 우스갯소리로 패러디되어 ‘암탉이 울면 달걀이라도 생긴다’라는 말은 삼척동자도 아는 유행어가 되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되며 가정경제의 권력구조가 변하여 대부분 가정에서 경제권의 주도권이 여성이 장악하다 보니 왕성하게 사회생활하고 수입이 높았던 젊은 부부 시절에는 남성들이 큰소리를 쳤으나 나이가 들어가며 은퇴하고 수입도 끊기는 것이 일반적 남성들의 모습이다.

호르몬 분비마저 역전되어 가정 내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여성이 헤게모니(Hegemonie)를 쥐게 되니 대부분 남편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위축되어 가는 것이 작금이 사회상이다.

젊은 남편들이여!

선배로서 힘 있고 수입 좋을 때 가족에게 잘하고 특히 아내에게 지극 정성 다하여 노후 보험(?)을 잘 들어서 노후까지 사랑받는 슬기로운 남편으로 남으시기를 조언합니다.

늙고 병들었을 때 조강지처 무릎 베고 죽을 수 있는 사내가 제일 행복한 사내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을 곱씹어 보심이 어떨는지….

▶ 당부의 말씀 : 다른 장르의 문학에서는 작품의 내용을 저자와 동일시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데, 시편만은 시의 내용을 시인과 동일시하여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본 시인은 술을 전혀 못 하는 사람이오니 시편의 내용을 시인의 사생활로 오해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프로필>

염필택: 경기 안산 출생. 수원에서 성장. 공주교대를 거쳐 협성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雅號로는 성장지 栗田(시, 수필)과, 출생지 陽村(시조)을 인용하여 사용하고 있음.

시, 시조, 수필 부문에 등단하였고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문화관광부장관상을 비롯하여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함.

시집 「살다 보니 사노라니」와 시조집 「바람의 속내」가 있으며, 동인지 <토방구리>, <꽃다리>, <옹이> 등에 참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