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앙신문]

▲명법사 주지 화정스님이 도문스님에게 승복을 전달하고 있다.

조계종 명예원로인 도문스님과 평택 명법사 주지인 명사(비구니 스님의 최고 법계) 화정스님이 15년 전 한 약속을 실행한 자리가 마련돼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도문 큰스님은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을 펼치며 불교 현대화를 이른 백용성 스님의 제자. 용성스님의 유훈을 받드는데 평생을 바친 도문스님이 75세가 될 때 “이제는 법문을 그만하고 쉬겠다”고 하자 화정스님이 “앞으로 15년만 더 세상을 위해 부처님 법을 전해달라. 그러면 구순 생일 잔치를 성대하게 열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조계종 명예원로인 도문스님

이에 도문스님이 고령에도 전국을 돌며 법문을 이어갔고, 구순 생일을 맞이하자 명법사에서 수많은 신도와 전 동국대 총장 보광스님과 전 중앙대 박범훈 총장 등 외부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구순봉찬법회’를 열었다.

명법사 주지 화정스님은 “저는 매일 십원을 앞에 놓고 기도를 한다. 이 세상에 십원도 없는 중생은 없다. 온 우주에 가득 찬 십원을 보면서 그 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겠다는 마음으로 기도를 하고 있다”며 “그 가르침을 알려준 도문 큰스님께 감사드린다. 앞으로 10년간 더 법문을 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제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단상에 오른 도문스님은 자리를 마련해 준 명법사 사부대중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스님은 “모든 악업은 짓지를 말고, 모든 선업을 받들어 모시면 저절로 그 마음이 청정해진다”며 “과거 생에 지은 업이 현재가 되고, 현재에 지은 업이 다음 생이 되는 이치를 잊지 말고 늘 청정히 살아야 한다”는 법문으로 감사의 말을 대신했다.

일반적으로 스님들은 생일을 몇몇 제자와 조촐하게 인사를 나누는 정도로 보낸다. 15년 전, 구순까지 걸어다니며 법문을 한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 도문스님은 ‘성대한 생일잔치’에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어느새 15년의 시간이 지났고, 화정스님은 지나가는 듯했던 약속을 잊지않고 지켰다.

부처님오신날을 얼마 앞두고 ‘약속’의 소중함을 전해 준 이날 행사가 잔잔한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