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앙신문]

▲栗田 염필택

내 사랑에 내가 낯설다   

웃을 때는 눈물 나게 사랑스럽고

눈물지을 땐 시리게 아파져 오는

내 사랑에 내가 낯설다

내 맘대로 안 되는 내가 미워지고

네 뜻대로 못 해줘 내가 안타까운

내 사랑에 내가 낯설다

낯설기에 외롭고 그리워서

낯선 것이

사랑이란 이름의 방랑일지라도

늘 생경한 내 사랑이 사랑스럽다

<시작 노트>

이제 나이가 들어 늙어가는가 보다. 나풀대는 어린 소녀의 쌍갈래 머리에 눈길 빼앗기고, 지나는 여고생의 화장기없는 얼굴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고, 젊은 여인의 향취에 뒤돌아보며 젊음의 모든 것이 그리워지고 예뻐 보이는 나이가 되었다.

우리 사회의 노인은 느낌도 없는 고목 정도로 무관심한 사회 분위기 속에 봄날의 흐드러진 꽃들의 향연을 보며 몸은 늙어도 감성마저 늙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시인 자신이 스스로 느끼는 사랑마저 화들짝 낯설고 생경해진다

어쩌면 인간은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세상을 하직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을 갈구하고 향유하고 싶어 하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프로필>

염필택: 경기 안산 출생. 수원에서 성장. 공주교대를 거쳐 협성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雅號로는 성장지 栗田(시, 수필)과, 출생지 陽村(시조)을 인용하여 사용하고 있음.

시, 시조, 수필 부문에 등단하였고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문화관광부장관상을 비롯하여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함.

시집 「살다 보니 사노라니」와 시조집 「바람의 속내」가 있으며, 동인지 <토방구리>, <꽃다리>, <옹이> 등에 참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