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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의 미학
2024년 02월 16일 (금) 09:47:21 栗田 염필택 [시인] webmaster@ggjap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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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중앙신문]

   
▲栗田 염필택 [시인]

떠남의 미학       栗田 염필택

 

내 마음에 미움이 자리하면

나도 밉고 너도 미워

온 세상이 미워 죽겠다

 

내 마음에 사랑이 자리하면

나도 사랑스럽고 너도 사랑스러워

온 세상이 사랑스러워 죽겠다

 

가는 길은 매한가지

마음 한 번 돌이키면

원 없이 사랑하다 떠나갈 일!

 

아쉽다!

오늘 안 일을 어제 알았더라면

 

다행이다!

내일 알 일을 오늘 알았으니

 

삶은 아쉬움과 다행 사이

(삶/ 염필택 시 전문/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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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운전하고 다니는 차는 12살짜리 「○○사의 ◇◇스포츠」이다. 사람 나이로 치면 칠순을 넘어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일 것이다.

이 차를 사게 된 시기는 각박한 도시 생활에서 느끼던 무기력감과 실력은 뒷전이고 운칠기삼의 불합리한 교사 승진제도에 환멸을 느끼던 중에 승진도 훌훌 털어버리고 전원생활을 하려고 경기도에서 충북으로 짐보따리를 싸던 때였다.

당시는 경유 차가 한참 상한가를 치며 인기몰이하던 시기였다. 연비도 좋고 힘도 좋다고 너도나도 경유 차를 샀고, 정부에서도 은근히 정책적으로 유류세를 경유 차에 유리하게 하여 구매를 유도하였다. 거기다가 전원생활을 하려면 농기구라든지, 간단한 짐을 싣고 다닐 수 있는 ◇◇스포츠 차종이 내게는 금상첨화요 찰떡궁합이라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구매하였다.

이러구러 10여 년 세월이 지난 요즘에는 미세먼지 발생량이 급격히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경유 차는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우선 환경개선부담금이라고 구형 경유 차에만 부과되는 세금이 있고, 유류세 정책도 경유 차에 점점 불리하게 바꾸어 가고 있으며, 5등급 차량이라고 별도 비용을 들여 미세먼지 발생 저감 장치를 하지 않으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운행해야 한다. 더군다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에는 아예 주행 금지이다. 감시카메라에 적발되면 나 같은 서민은 꽤 부담을 느낄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란다. 또한, 노후 경유 차를 폐차하면 약 30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폐차 유인책을 제시하고 있다. 빨리 용퇴를 결정하라고 무언의 압력이 가해지고 있는 셈이다.

나도 세월이 지나 이제 육십 줄에 넘어서니 젊은 시절에는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남들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하여 아이들 운동을 가르친다고 거의 퇴근 시간까지 편안히 한번 앉아보지도 못하고 운동장에서 살다시피 했었다. 남들은 방학이라고 학수고대하는데 방학이 와도 공설운동장 파견근무를 자청하여 온갖 열정을 쏟아붓던 시절도 있었다.

‘오죽하면 교장 선생님이 염 선생은 황소 같은 사람이라고 비유했을까!’

얼듯 들으면 칭찬 같기도 하지만 훗날에 돌이켜 생각해 보니 요령을 피울 줄도 모르고 오직 일밖에 모르는 우직한 사람이라는 말씀이라는 생각이 들어 한 편으로는 유쾌하지만은 않다.

다른 후임 교장 선생님은 나를 교장실로 불러서 하시는 말씀이 염 선생이 하는 업무량이 너무 많아 힘이 드는 것 같아서 1학년 담임으로 배정해 줄 테니 수업 끝나면 잠시 쉬었다가 운동 지도를 할 수 있게 새 학년도에는 1학년 담임을 맡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묻길래 만약 1학년 담임을 주시면 사표를 낼 것이니 예년대로 6학년 담임을 달라고 하니까 교장 선생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신 일도 있다. 당시에는 1~2학년 담임을 맡으려고 아우성을 치던 시절이니 다른 사람들 눈에 나의 결정이 어떻게 비쳤을지는 뻔한 일이다. 덕분에 교사 생활하는 중에 절반을 6학년 담임을 맡았다.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고 차나, 사람이나 낡고 늙어가니 동력전달장치라든지, 조향장치라든지 하는 중요 부분이 고장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사람으로 치면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할 중병이 드는 것이다. 사람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 노령화 사회로 진입할수록 건강보험공단이 적자를 면치 못하듯 차도 치료비 즉 수리비와 유지비가 만만치 않게 들어가고 있다.

나 역시 그렇게 지칠 줄 모르며 달려왔건만 젊은 날에 스키를 타다가 다쳤으나 당시는 멀쩡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왼쪽 무릎도 시큰거리고 관절이 쑤시고 아파서 운동할 때면 무릎 보호대에 의지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고 옵션으로 오십견까지 추가라 정형외과를 자주 들락거린다. 연중행사처럼 허리디스크는 도져서 운신하는데 엄청난 고통을 받기도 하고 전립선은 비대해져 수술받느라 병원 신세를 지며 건강보험공단 보험료를 축내고 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제 평소에 그냥 지나치던 광경도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고 아이들 한명 한명이 그렇게 소중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아내는 지금 타고 다니는 차를 어서 폐차시키라고 성화를 댄다. 나이에 걸맞은 차를 타고, 다녀야지 너무 낡고 구식이라고 체면도 생각하라는 의미인 줄은 알지만 못 들은 척한다.

사람이나 차나 적당한 때에 비켜주고 떠나야 하는 것이 순리이겠지만 나의 애마(차)가 나와 비슷한 처지인 것 같아 애착이 가고 무춤거리게 된다.

‘세상 만물이 영원하지 않아 아름답다고 했던가?’

사람인 나도, 애마인 차도 이제 서서히 떠나가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순리대로 미련은 버리고 아름다운 향기만 남기고 흔적 없이 떠나가야 함을 알면서도 왜 마음은 이렇게 허전한 것일까?

‘그래도 미련을 남기지 말고 박수 칠 때 떠나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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