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앙신문]

▲주지 태송스님. 84세 고령에도 정정하게 수행하고 계시다.

주변에 흔하면서도 생명이 유지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물과 공기다. 맑은 물과 좋은 공기에서 자란 식물은 몸에 건강이 되지만, 오염된 물로 키운 작물은 때로 해가 되기도 한다. 도로변의 은행나무에서 열리는 은행을 먹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건강을 해치는 근원 중 하나로 스트레스를 꼽는다. 반대로 건강을 살리는 근원으로 좋은 물을 꼽는다. 전북 완주의 한 사찰에 신비한 물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지난 12일 연휴를 맞아 운주면 운주사를 찾았다.

절에 도착하자마자 주지스님께 소개받은 물을 떠서 약식으로 ph를 측정했다. 8.2 약알카리성으로 매우 좋은 물이라는 빙하수와 같은 ph 정도를 띄고 있었다. 빙하수는 고에너지 상태로 표면장력이 크고 녹는점과 끓는점이 낮은 특징을 지닌다고 하는데, 천연 원소가 풍부하며 ph 7.8~8.2의 약알카리성 물이다. 동의보감에서는 물 가운데 최고이 물로 ‘납설수’를 기록하고 있는데 빙하수가 여기에 속한다.

▲전북 완주 운주사 감로수

일행은 소위 O링 테스트도 해봤다. 물을 손으로 가리키며 엄지와 검지를 붙이자 손가락이 떨어지지 않는다.

앞다퉈 물을 마시고 식사를 준비하는데, 주지스님 혼자 기거하는 절에 밥이 한솥이다. 3일전에 신도 몇 명이 와서 밥을 했는데, 너무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런데 전기밥통을 여니 밥 색깔이나 맛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다. “이 물로 밥을 하면 5일 정도는 괜찮아.” 주지 태송스님의 설명이다.

20살에 출가해 평생을 수도와 천부경 연구에 받쳤다는 스님이 완주 운주면에 사찰을 마련한 것은 30여 년 전이라고 한다. 물과 산의 기운이 너무 좋아 덥썩 3천여평의 땅을 구입하고는 형편 닿는대로 조금씩 불사를 하고 있단다. 공기는 당연하고, 물이 좋은 까닭일까? 세납이 80대 중반이라는데, 몸도 정정하고 목소리도 카랑카랑하다.

다양한 채소로 가득 채운 절밥을 먹고나서 산행에 나섰다. 조각을 맞추지 못한 석재들이 곳곳에 널려있다. 앞으로 여기에 이러이러한 전각이 들어설 것이라는 ‘꿈’을 꾸는 듯 하다. 건너편 보이는 대둔산 윗쪽으로 눈이 쌓여 있다. 아직 정상은 봄 기운이 미치지 못하는가 보다.

운주사를 나와 금산으로 향했다. 인삼 상가가 즐비한 약령시를 구경하고, 인삼 튀김에 인삼을 넉넉히 넣었다는 어죽을 한 그릇 먹고 고속도로에 올라섰다. 빈 물통 몇 개에 운주사 감로수를 담아 차에 싣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