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앙신문]

▲박세호 경기중앙신문회장 [경영학 박사]

양복 정장을 입은 남자가 갓을 쓰고 있거나 여성이 한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쓰고 명품 핸드백을 들고 있다면 이를 동서양 퓨전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보다는“거령 맞다”는 말을 쓰는 경우가 많다.

순우리말인 “거령 맞다”는 조촐하지 못하고 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일컬어서 쓰던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조촐하다는 말은 형용사로서 행동이나 행실 따위가 얌전한 사람이나 외모나 모습이 말쑥하고 맵시 있고 깔끔한 사람을 나타내기도 한다.

한때는 우리나라 여성 평균키가 작았던 시절에 키만 크고 일을 야무지지 못하던 여자를 “거령 맞다”고 하면서 시집이나 가겠어? 라고 표현할 정도로 어울리지 않는 행동과 덜렁대던 여자를 하대하여 지칭하기도 했던 말이지만 요즘은 직설적이고 강한 표현의 언어들이 속출하면서 “거령 맞다”는 말이 점점 옛날 말로 바뀌고 있지만 우리 사회나 조직, 단체는 “거령 맞은”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경제 발전과 사회의 발달 그리고 풀뿌리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여성의 사회 참여율이 늘어나고 조직이나 단체 등 여성 비율이 높아지고 지방 선거 등에 선거 운동원으로 일하다 관공서에 취업하거나 지방 의원으로 입성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거령 맞은 행동들이 시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얼마 전 지방 의원들 일부는 해외 출장을 가면서 술병을 단체로 가지고 들어가다 적발되어 국제 망신당했던 일도 있고 의회 사무국 직원을 미리 보내서 렌트카 운전 등을 시켜 말썽이 있었고 어느 시는 시장이 공적 자금 중 200억 원을 시의회를 통하여 민간 업자에게 지원하는데 시 의장이 들러리를 서면서 모자른 짓을 한 녹취록이 시민단체 등에 돌아서 망신당하고 있고 어느 자치단체는 캠프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전문지식이나 상식조차 없는 사람을 관내 대기업에 취업시켜서 출근도 안 하고 월급 받도록 하여 손가락질받고 있는 사람

어느 단체장은 해외 출장에 부인을 동반하여 구설수에 오르는가 하면 대선후보로 나왔던 사람의 부인이 관공서 카드로 소고기를 사 먹어서 재판받고 있지않나 지방의원 100명 중 15명이 각종 비리에 연루되고 권력이나 자리를 이용해서 자녀 특혜 채용하도록 하거나 채용해서 문제가 되기도 하고 대학에 부정 입학시켜서 재판받고 있는 등 거령 맞은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

어디 관공서뿐이겠는가? 사회단체나 가맹 조직의 회장 취임하면서 초대장에 후원금 통장번호 보내는 사람이나 봉사단체 명분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 출향민 출신이 한 자리라도 하면 능력 안 되는 고향 사람 우르르 불러다가 여기저기 앉혀 놓아서 손가락질 받고있는 사람 등

삼국시대에는 경기도 수도권 남부 지역은 삼국의 쟁탈이 가장 심했던 지역이라고 한다. 신라군에 정복되었다가 하루는 고구려군이 쳐들어와 점령하고 하루는 백제군이 몰고 들어와 백제의 땅이 되었다고 한다. 주기적으로 나라가 바뀌어서 이쪽 지역 사람들은 약다고 할 수 있고 눈치도 잘 봐서 그런지 요즘 삼국시대를 살아가는 느낌이다. 어느 자치단체에 가서는 신라군 행세하여야 하고 어느 자치단체에 가서는 백제군 행세해야 사람대우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때가 많다. 이 지역 토박이들은 삼국시대를 살아가는 붙박이 전리품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우리 사회는 양복 입고 갓 쓴 사람이나 아래는 청바지에 윗도리는 한복으로 입거나 선글라스를 쓴 거령 맞은 사람들이 너무 많지만 정작 본인들만 거령 맞은 것을 몰라서 늘 주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 같다.

박세호 경영학 박사

수원화성 걷기 운동본부 회장

경기 중앙신문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