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앙신문]

▲염필택 시인

시인 염 필 택

봄바람의 다정한 속살거림 들으며

향기와 빛깔마저 다르게 태어나서

여름 내내 햇살의 뜨거운 사랑 받으며

제각각 쓰임이 다른 열매로 자라나니

앵두 너는?

옳지, 귀여워서 연예인 하면 인기 최고일 거야

살구 너는?

그래, 예의가 바르니 최고의 선생님이 될 거야

복숭아 너는?

맞아, 발표를 잘하니 아나운서 하면 잘할 거야

배 너는?

좋아, 시원시원하니 대표급 운동선수가 될 거야

하나의 어미에서 태어난 장미 형제

너희는 앵행도리 사이좋은 꿈나무

즐겁게 함께 어울려 서로 돕고 합쳐서

모두가 행복한 세상, 살맛 나게 만들어 가자!

<‘앵행도리(櫻杏桃梨)’ 시 전문/ 2021/ 염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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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로서 현장에서 수십 년간을 생활한 필자의 관점에서 볼 때는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를 묻는다면 한마디로 절름발이 교육이라 하겠다.

첫 번째로 절름발이 교육의 실태를 꼽자면 교육의 의미부터 생각해 보고 출발하기로 하자.

교육의 ‘敎’ 자를 파자(破字)하면 ‘孝’ 자와 ‘文’ 자가 합쳐져 만들어진 글자이다. 즉 교(敎)자의 창제 원리부터 효도는 모든 행동의 근원(孝는 百行之原)이 된다는 관점에서 인성교육을 우선시하고 지식교육이 나중이라는 교육철학이 반영된 글자이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우리의 교육은 언제부터인가 인성교육은 뒷전이고 진작부터 지식의 주입에 매진하고 문제 풀이 잘하는 성능 좋은 기계를 양산하는 데 몰두하고 있음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현실이다.

영국의 학부모들은 교사와 상담할 때 최고의 관심사가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려 노는지와 다른 아이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지를 최우선으로 묻는다는데, 초등학교에서는 약간씩 개선은 되어가고 있지만 중등학교로 넘어가면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최대관심사가 무엇인지 말을 안 해도 모두가 알 것이다.

그런 결과, 제 밥벌이하는 소시민은 양산되고 있지만 위대한 성자나 철학자는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오고, 학교가 개성을 무시한 획일적 규격의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제조공장이냐고 비아냥거리는 것이리라.

또 다른 절름발이 교육의 한 축을 살펴보면 교사의 고유권한이 교수권과 평가권임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사가 교단에 서는 목적이 무엇이겠는가?

바로 성심성의를 다하여 가르치는 것이고 가르친 결과를 분석하고 피드백(feedback)하기 위해 평가하는 것이 가르치는 자의 본원적 임무일진대 현장에서는 코미디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평가해야 할 교사가 평가받는다는 사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현장의 문제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모든 공무원이 평가받는데 유독 교사만 평가를 거부하는 것은 집단이기주의라 맹공을 가해온다.

필자가 제시하는 현장의 문제를 냉철히 분석해 본 후에도 이의가 생기면 반론을 제기하여도 늦지 않을 것이다. 우선 피교육자(학생)가 교육자(교사)를 평가한다는 사실에서 교육의 소기에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엄중히 생각해 볼 일이다. 심지어 학생들이 교사를 평가한다는 것을 무기 삼아 교사를 협박조로 조롱하는 사례가 현장에서 비일비재하다 보니 일부 교사는 학생들의 입맛에 맞게 처신하며 학생에게 본의를 접고 아부(?)성 발언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다음 학부모의 교사 평가는 더욱 문제가 크다. 일 년에 딱 한 번 공개수업을 보고 또는 아예 참여를 안 하고도 교사에 대해 전부를 아는 양 평가의 칼을 휘둘러 대는 것이다. 교사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으니, 자녀에게 물어야만 응답할 수밖에 없는 실정으로 역시 학생의 입맛대로 평가 결과가 나오게 마련이다. 아울러 교권 추락에 일조하는 제도이지만 꼭 학부모가 교사를 평가해야 할 필요를 고집한다면 학년 초에 평가단을 구성하여 최소한 한 달 이상은 학교에서 같이 생활하면서 관찰해야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교사 간의 동료 평가이다. 교직의 특징은 다른 직장과 달라서 출근하자마자 뿔뿔이 흩어져 폐쇄된 교실에서 각자 교육 활동을 하고 있어서 타 교사의 교육 활동을 10%도 모르는 것이 구조적 현실이며 한계이고, 업무 특성상 수량화해서 비교하는 정량평가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한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평가 문항을 만들어 시행하라고 밀어붙이니 달랑 동료 장학이라고 공개수업 한두 번 보고 동료의 모든 교육 활동을 평가해야 하는 교사로서는 차라리 마음 편하게 품앗이 격으로 서로 만점을 주는 짬짜미로 관행 아닌 관행이 매년 되풀이되는 것이다.

교사의 교육 활동은 원천적으로 실적을 객관화하고 수량화해서 비교 평가하기 곤란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비교평가를 해서 줄 세우기를 강행하라고 요구하니 타당성도 변별성도 없는 형식적 평가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그것을 바탕으로 교원의 능력을 평가한다는 것은 한 마디로 코미디이다.

마지막으로 교육개혁에서 첫째가 개혁 대상의 문제이다.

교육개혁의 주체가 교원이어야 하는데 오히려 교육개혁의 대상이 되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적폐 청산 대상으로 내몰리고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매번 교원이 가장 큰 비리 집단 정도로 매도되고 있는데 그래도 가장 양심적이고 비리에 덜 물든 집단이 교직 사회라고 감히 단언한다. 김영란법을 심의해서 의결하여 법을 만들라고 했더니 애초 법안의 대상자 중 국회의원 본인들은 은근슬쩍 제외하고 애꿎은 언론인을 대상에 끼워 넣은 후안무치의 국회의원보다는 낫다고 자부한다는 말이다.

시골에 사는 할머니가 농사지은 애호박 두어 개를 손자를 가르치는 담임 선생님이 고마워서 드리려고 십여 리 길을 들고 오셨는데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저촉된다고 사정사정하여 돌려보내느라고 애를 먹었다는 일화가 법 시행 초기에 신문에 보도된 것을 보았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우리 조상들께서 자식의 스승에게 감사를 전하던 ‘책거리 행사’를 생각하니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이것마저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밀어 뇌물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사람 냄새가 나고 정이 흐르는 사회가 그립다.

두 번째로 개혁의 방향 설정 문제이다.

항상 개혁을 만만한 하급 기관부터 하려고 드는데 현장의 실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최선의 제도인 양 설레발을 떨며 의기양양해 도입해 적용하고 있던 ‘자유 학년제 및 자유학기제’ 만해도 그렇다. 취지는 좋았는지 모르지만, 십 년도 못 가서 폐기 절차를 밟고 있고 요즘 뜨고 있는 것이 ‘고교 학점제’인데 이것 역시 격차가 심한 지역 실정을 반영 안 해 시작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 또 ‘자유 학년제’ 전철을 밟을 우려가 크다. 현장의 실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교사 집단의 목소리는 출발부터 배제된 채 교육행정가와 외국물을 먹은 교육전문가 집단만의 탁상행정의 결과이다. 교육계에서 매번 반복되는 병폐의 악순환이다.

또한 대학입시 제도가 모든 사회구성원의 최대관심사로 집중되어 있는데 대학입시 제도부터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고는 아무리 하위 학교에서 전인교육을 부르짖어 봐야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로 그치고 마는 것이다.

교육 문제는 다른 문제와 달라 상향식 개혁이 아니라 우선 대학부터 개혁하면 아래 학교는 자연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니 헛다리 짚기 좀 제발 그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까지 빙산의 일각인 교육의 문제점 몇 가지를 가지고 생각해 보았지만, 초록은 동색이라고 필자가 집단이기주의나 교사 집단을 옹호하려는 발상에서 제기하는 것이 절대 아니며 정부, 학교, 학부모가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임을 통감하고 절름발이 교육을 어떻게 하면 정상화하고 사랑하는 우리 2세들에게 앵행도리(櫻杏桃梨) 즉 각자의 모습으로 향기를 내고 누구나 자기만을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바람직한 길을 열어 행복하게 해줄 것인가 하는 충정에서 드리는 말이다. 교사 집단은 개혁 대상이 아니라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함은 예나 지금이나 불변이다.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의 미래를 언제까지나 조삼모사(朝三暮四)로 바뀌는 절름발이식 교육제도에 맡겨두어야 할 것인가?

더 늦기 전에 최우선으로 현장의 목소리부터 경청한 후 사회구성원 모두가 심각히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