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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는 라떼를 마신다 – 북한산 [北漢山]
박승규 산악대장(100대 명산 완등)
2024년 01월 11일 (목) 09:45:08 박승규 산악대장 kimsonet@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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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중앙신문]

   
▲박승규 산악대장(100대 명산 완등)
   
▲박승규 산악대장(100대 명산 완등)

고정관념은 정형화되고 고정된 생각으로 영어로 ‘Stereotype’ ‘Fixed idea’라 합니다.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영어로는 무언가를 가둬둔 ‘box’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로 ‘Think outside the box’라고 합니다. 고정관념은 갑질을 유발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갑질을 영어로 Gapjil 이라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바로 땅콩회항사건과 오너가의 갑질을 언급한 기사처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갑질 없는 곳이 있다면 어디일까. 그곳은 바로 인종, 계층, 권력의 복합적인 편견이 없는 ‘山’이다. 왜냐하면 산은 남녀노소, 인종, 종교, 학력, 학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언제든지 갈 수 있고 세대별 격차도, 차별도, 꼰대도, 라떼도 없다. 왜냐하면, 누구나 ‘from scratch’ ‘처음부터, 아래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특히 서울에서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곳은 경복궁, 명동, 남산 서울타워, 북촌한옥마을, 인사동, 홍대, 에버랜드, 롯데월드 등이 있지만, 주말에 ‘북한산’을 가면 젊은 외국인들이 정말로 많이 보인다. 또한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 젊은 여성들의 유니폼이 되어버린 레깅스와 선글라스, 비니를 착용한 여성들과 매끈한 훈남의 헬짱들 또한 자태를 뽐낸다. 산을 구경하는 것인지 그들의 몸매를 보는 것인지 꼰대와라떼들은 눈 호강에 빠져들어 힘든 줄 몰라 한다. 나 또한 그렇지 아니한가.

북한산국립공원은 15번째 국립공원으로 1983년 지정, 수도권 이천만 주민들의 자연 휴식처로 크게 애용되고 있다. 연평균 탐방객이 500만에 이르고 있어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국립공원"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되어 있으며, 정상 백운봉 837m로 정상에 서면 맞은편의 깍아 지른 듯 인수봉이 우뚝 서 있다. 국망봉, 노적봉 등 높은 봉우리들이 모두 발밑에 있음은 물론 도봉, 북악, 남산, 남한산, 관악산 등 멀고 가까운 산들이 모두 시야에 들어온다. 오늘은 숨은벽능선코스로 가보자. 코스:밤골~숨은벽능선~백운대~위문~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8km/5시간). 들머리는 밤골 매표소를 지난 효자길 구간까지 ‘불효자는 웁니다.’ “불러봐도 울어봐도 못오실 어머님을 원통해 불러보고” 콧노래를 부르며 갈 수 있고 이후 백운대까지는 콧노래는커녕, 난이도 상급으로 슬슬 가파른 경사 구간이 시작되면서 명품 마당바위, 해골바위, 고래바위를 타고 동해까지 고래를 타고 가는 상상을 하며 암릉구간의 절정의 카타르시스에 빠져드는 구간이다. 그러나, “즐거움 뒤에는 고난이 있고, ”미모 뒤에는 돈빨과 성형빨“이라는 말처럼, 이후 약 600m 정도는 ‘악’ 소리 나는 너덜 길을 입에 단맛을 느낄 때까지 오르면 통천문이다. 이후 인수봉을 끼고 만경대, 스핑크스 바위(얼굴바위), 오리바위를 한번 올라타고 마지막 구간까지 오르면 백운대 정상 주변으로 인증사진을 담으려 줄줄이 개미군단이 보인다. 외국인들도 많아 영어 회화를 하려 달려들면 한국말을 유창하게 한다. ‘외국인을 만나면 문법에 맞춰서 영어를 해야 한다.’ 이 또한 고정관념이다. 정상 인근에서 행동식을 먹고 ‘위문’을 지나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까지 약 3.7km를 ‘고정관념을 버리자’ ‘난 꼰대가 아냐, 라떼가 아니야.’라고 되새김질하며 하산 후 노란간판의 ‘북산한손칼국수’ 집으로 들어가 가성비 좋은 맛에 감사하며, 내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그날을 성찰하는 것도 좋다.

‘인성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고정관념을 깨는 생각을 할 줄 아는 현명한 사람들을 좋아한다. 인류 역사에서 고정관념은 늘 큰 피해를 초래했다. 히틀러의 유대인에 대한 고정관념은 홀로코스트로 유럽 유대인의 3분의 2인 600만명 학살로 귀결됐다. 내가 편견의 대상이었거나, 경험 등을 떠올려 보며 산행을 하는 것은 어떨까. 삶은 생각보다 요란하지 않고 간단하게 사는 것이다. 나잇값 못하고 자기보다 어리다고 낮은 위치에 있다고 자기 말이 옳다고 주장하고 가르치려는 꼰대와 라떼처럼 살지 말자! 돈이 좀 없으면 어떻고, 명품이 없으면 어떻고, 집이 좀 크지 않아도 된다.

그냥 ‘나답게’ ‘너처럼 이 아니어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존 방식의 라떼 올가미에 걸려 있다면 그건 분명 잘못된 고정관념이다. 북한산 숨은벽능선 에서 ‘나'를 내려다보며 꼰대의 쇠사슬 갑옷을 벗어 던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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