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앙신문]

▲강호길 오산대학교 교수 경영학 박사

'불언장단‘(不言長短: 아닐 불, 말할 언, 길 장, 짧을 단)은 남의 장점(長點)과 단점(短點)을 말하지 않는다는 뜻이며, 사람의 장단점을 말하는 것이 그 사람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상당히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다.

​'불언장단‘의 유래는 「지봉유설(芝峰類說)」이라는 조선시대의 실학자 지봉(芝峰) 이수광(李晬光 1563-1628)이 지은 유서(類書)에 실린 이야기이다. ’황희(黃喜 1363-1452)‘ 정승이 아직 알려지기 전에 길을 가다가 피곤하여 길가에서 쉬고 있었다. 농부가 두 마리 소를 멍에 하여 밭갈이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 “두 마리 중 어느 것이 낫소?” 농부는 대답을 하지 않고 밭갈이를 멈추고 다가와서는 황희의 귀에다 대고 조그만 소리로 “이 소가 낫소”라고 속삭였다. 황희가 그것을 이상히 여겨 “왜 귀에 대고 말씀을 하십니까?” 하니 농부 말했다. “비록 짐승이지만 그 마음은 사람과 한 가지라 이것이 낫다면 저것이 못하다는 것이니 소로 하여금 그것을 듣게 하면 어찌 평치 않은 마음이 없겠소?” 황희는 크게 깨닫고 다시는 남의 장단점을 이르는 말을 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장점과 단점을 말하지 않는다는 뜻의 이 성어는 우리 일상에서 얼마나 중요한가? 특히 사회에서의 상호작용, 관계 구축, 신뢰 형성에 있어서 이러한 원칙은 더욱 중요할 것이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의 행동이나 생각을 경험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의 장점과 단점을 보게 되고, 때로는 그것을 평가하게 된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그들의 장단을 무심코 말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불언장단’은 인간관계에서 상당히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다. 그 이유는 사람의 장단점을 말하는 것이 그 사람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사람의 감정이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쉽게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이런 행동은 종종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야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주변을 살펴보면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조직을 보다 돋보이려고 남의 단점이나 문제점을 놓치지 않고 세세히 찾아내어 마구 쏟아대곤 한다. 이러한 현상은 허술하고 약하여 남에게 뒤떨어지는 점을 공격하고 비난하여 자신이 우월하고 옳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 취해지는 심리적 현상이다. 이것이 집단행동으로 나타나면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로 야기되어 상대방에게 비난하는 것을 뛰어넘어 심지어는 공공의 적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적지 않다. 이 모든 현상은 배척의 논리만 한쪽으로 편중되어 강하게 나타날 뿐, 포용의 논리가 없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자신만이 지닌 고유한 특성이 있으며, 또한 개인이 지니는 특성은 누구나 장단점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가치관이 달라서 인생관이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가치관이 다르다고 해서 남의 인생관을 단점과 문제점으로 오해하여 떠들고 다니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것은 오로지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관대하므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불언장단'을 이해하고 실천함으로써,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더욱 끈끈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이 성어를 통해 더욱 인간다운 존중과 이해를 배우게 될 것이다. 또한 이 성어는 단순히 사람들 사이의 상호 존중을 나타내는 것을 넘어, 인간관계에서의 세심한 주의와 예의를 강조한다.

'불언장단'의 실제 적용법과 그 중요성을 이해하면 실생활에서의 인간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며 상대방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인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