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앙신문]

▲안선영 변호사

Q : A씨는 B씨가 운영하는 건축사무소에서 감리로 근무하던 자로서, 5월분의 급여 등이 제때 지급되지 않자 B씨에게 ‘임금을 주지 않으면, 방송 기자에게 회사의 비리를 알리겠다. 건설교통부, 감사원 등에도 비리 자료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협박하여 B씨로부터 ‘언제까지 미지급 임금 등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받았다.

그러나 그 후 B씨는 위 합의서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았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 ‘엉터리 감리’라는 제목으로 B씨가 운영하는 건축사무소에 대한 방송이 보도되었다.

그러자 A씨는 B씨에게 압력을 가하여 빨리 돈을 받아내기 위해 인터넷 카페 ‘전국 감리원 모임’ 자유게시판에 ‘뉴스에 보도된 엉터리 감리회사는 B씨가 운영하는 건축사무소’라며 ‘B씨는 건축사 면허를 대여하고, 급여를 지연하여 지급하거나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등 악랄하여 감리단장들의 원성이 자자하다’는 글을 게시하였다.

이에 B씨는 A씨를 공갈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고 한다) 위반죄, 업무방해죄로 고소하였다.

A씨는 처벌될까?

A : 먼저 아무리 A씨가 B씨에 대하여 임금 등의 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방송 기자나 국토교통부, 감사원에 B씨가 운영하는 건축사무소의 비리를 제보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B씨를 외포케 하고, 이에 겁을 먹은 B씨로부터 ‘일정한 돈을 A씨에게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 받았다면, 이는 임금 등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 상대방을 외포케 하여 합의서에 기재된 금액 상당의 재산을 갈취한 것이라고 할 것이어서, 공갈죄에 해당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으로 A씨가 인터넷 카페에 B씨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으므로,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이 정하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여기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란 가해의 의사 내지 목적을 요하는 것으로서,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의 목적이 부인된다.

한편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피해자가 공인인지, 사인에 불과한지, 그 표현이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사회의 여론형성 내지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니면 순수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 피해자가 그와 같은 명예훼손적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그 표현에 의해 훼손되는 명예의 성격과 침해의 정도, 그 표현의 방법과 동기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A씨는 B씨에게 압력을 가하여 돈을 교부받기 위한 방법으로 글을 올린 것이고, B씨는 사인에 불과하며, A씨의 표현이 사회의 여론형성 내지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은바, 비방의 목적이 인정돼 정보통신망법 위반죄 또한 인정될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업무방해죄란 ‘위계 또는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는 죄이고, 위계라 함은 행위자가 행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오인ㆍ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B씨가 건축사 면허를 대여하여 업무정지의 행정처분을 받고, 건축사법위반 혐의로 기소되거나 다른 직원들의 급여를 체불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러한 내용의 글을 게시한 것은 사실을 적시한 것인바, 위계라고 할 것이 없다.

따라서 업무방해죄로는 처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아무리 받을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방법이 아니라면, 공갈죄 등이 성립할 수 있으므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채권을 추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