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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투와 완장
시와 함께 고민해 보는 생각 한 꼭지
2023년 11월 19일 (일) 15:45:13 염필택 시인 webmaster@ggjap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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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중앙신문]

   
▲염필택 시인

모가지가 아플까 부담되어

감투도 싫다

 

한쪽으로 기울까 염려되어

완장도 싫다

 

감투는

이름, 석 자면 족하고

완장은

민증, 하나면 족하다

 

뒤통수 가려울 일도 없고

눈알을 굴릴 일도 없으니

눈이나 바르게 뜨고 살다가

뼈 부대(負袋)만 땅보탬하면 되는 인생!

 

민머리로 살다가

학생 부군으로 강을 건너며

이름조차 지우고 본래면목으로 돌아가리

<2020/ 염필택/ ‘學生父君의 행복’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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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투와 완장’ 하면 우리는 보통 권위 있는 자의 상징물로 인식이 된다. 우리나라는 유독 요소요소에 감투와 완장이 많고 과대 포장을 하며 집착한다.

오천 년 역사 중에 극히 짧은 일부 시기를 제외하고 수많은 이민족의 침탈을 받고 약소민족으로서 포로로 끌려가기도 하고 또한 최소한의 기본적 인권마저 보장을 못 받고 짓밟히고 수탈당함을 반복했던 것이 우리의 처지였으니 얼마나 감투를 쓰고 위세를 부리고 싶고, 완장을 차고 약자를 겁박하고 싶었겠는가?

설상가상 격으로 과거제도에 의한 관료제도의 확립과 사농공상의 신분제, 수많은 공신 책록(策錄) 등은 한번 올라가면 내려올 줄 모르는 철밥통 역할을 하면서 대대손손 물려주고픈 욕망이 부채질했을 것이고 일제강점기와 6.25 동란기에 신분 상승을 위해서 점령군에 빌붙어 알량한 감투와 완장이라도 차지하려는 몸부림이 이런 시류를 더욱 부채질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그 맛을 알고, 고추보다 맵다는 시집살이도 당해본 사람이 더 시집살이시킨다는 말이 있듯이 권력의 맛에 한 번 길들면 내려놓을 줄 모르는 것이 우리 사회의 병적인 폐단으로 자리를 잡아왔다.

조선 후기로 오면서 과거시험의 부패와 매관매직의 횡행으로 관직을 얻는데 막대한 재물을 상납한 후, 차지한 자리이니 본전을 벌충받을 보상 심리에 더욱 자리에 집착하는 풍토가 만연하였다.

작금에 국정 감사장에 나오신 고관대작 나리들의 하나같은 공통점이 공복(公僕)으로서의 자신의 자리에 상응하는 책무에 따른 처신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과실(過失)의 진실이 뻔히 보여 삼척동자도 알 일을 구구한 변명과 구차한 태도로 일관하며 자리보전하는 데 급급하여 뻔뻔스러운 얼굴로 궤변을 늘어놓는 태도에서 국민으로서 분노를 금치 못할 일이다.

율곡 이이 선생은 신독(愼獨) 사상을 말씀하면서 혼자 있을 때도 늘 언행을 삼가고 조심하라 했거늘 ‘눈 가리고 아웅’ 하며 빠져나가는 기술이 미꾸라지를 능가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무책임한 답변 태도가 청맹과니도 혀를 내두를 형국이다.

인생사가 오름이 있으면 내림이 있는 법인데 오를 줄만 알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잔꾀나 부리며 죄를 덮기에 허겁지겁하며 내려올 줄 모르니 어찌 국민이 신뢰하고 따르겠는가?

 

두 번째로 공직 사회의 고질병 중의 하나가 직책의 뻥튀기 현상이다.

필자는 평생을 학교에서 봉직하였기에 익숙한 일례를 들면 과거에 보직교사를 「주임」이라 부를 때 행정실을 서무과라 하고 행정실 책임자를 「서무과장」이라 불렀다. 그런데 보직교사 호칭이 「부장」으로 바뀌기가 무섭게 서무과장이라고 불리던 호칭을 「행정실장」이란 명칭을 급조하고 팻말을 바꾸느라 세금을 낭비하는 촌극을 벌였다. 보직교사가 「부장」으로 불리는데 「서무과장」이라 불리면 부장 아래 과장이라는 자존심 대결에서 나오는 도토리 키 재기식의 직책 뻥튀기 현상이다. 지방행정주사보, 주사를 거쳐 승진 시험에 합격해야 사무관(5급, 교감급)이 되는데 공무원 시험 합격하여 입직하자마자 「주무관」이라 부르라 하고 학교 규모에 따라 주사보, 주사, 사무관이 배치되는데 몽땅 행정실장 행세를 하는 것이다.

필자가 볼 때는 행정실장 호칭은 사무관급에나 어울리는 호칭이고 소규모 학교에 배치된 자는 직위에 따라 행정계장, 행정과장 등으로 불려야 합당한데 소규모 학교에 1인 근무자도 행정실장 행세를 하며 부장 교사보다 우위인 듯 처세하려는 행태이니 코미디가 아닌가?

 

비단 이러한 작태가 학교뿐이겠는가?

일반 행정직에도 비슷한 「행정관」이란 호칭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혹여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예우하는 것과 호칭을 뻥튀기하는 것이 같은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이제 세상이 변했으면 공직 사회도 변해야 한다. 아니 변화하는 사회를 따라갈 것이 아니라 사회를 주도적으로 변화시키는 공무원의 능동적 자세, 즉 감투보다는 실력을, 완장보다는 친절이 필요한 때이다. 아직도 국민을 개돼지나 레밍(lemming) 정도로 알고 우습게 여기며 얼렁뚱땅 모면하고 감투와 완장에 집착하다가는 자리보전도 못 하고 준엄한 국민의 심판으로 패가망신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위인설관식의 직책 뻥튀기로 으스대고 자리보전에 급급하기보다 투철한 사명감으로 능력을 키워 공복으로서 일을 하면 신뢰가 쌓일 것이고, 나랏일을 하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는 법인데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합당한 사과를 하고 책임을 질 줄도 아는 멋진 공직자는 정녕 없는 것인가?

<ypt0406@hanmail.net 시인 염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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