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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음악회
[김연호의 세상보기]
2023년 11월 07일 (화) 01:08:17 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webmaster@ggjap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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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중앙신문]

   
▲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저희 입주민들에게 기사님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함께 사는 공동체의 일원입니다” 2023년 폭염 경보가 연일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에 수원에 위치한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 입주자 대표가 단지 내 배송을 담당하던 택배 노동자가 심장질환으로 쓰러진 사연을 듣고 입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모금한 병원비를 아파트 입주자 일동 명의로 전달한 후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올라온 ‘감사의 편지’의 일부 내용이다.

그 편지에는 마음을 전해주신 분인 107명의 입주자 이름을 정성스레 한 분 한 분 나열하였고, 마지막에는 “기사님의 빠른 쾌유와 복귀를 기원합니다”라는 표현으로 택배 노동자에게 아파트 입주자분들의 마음을 전달하였다. 이 아름다운 사연은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SNS와 입소문을 통해 점차 수원 지역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그 소식을 접한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를 직접 방문해 감사 인사와 더불어 주민들에게 표창을 수여하였다. 그 주민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이 시장은 가을에 작은 음악회를 아파트 단지 내에서 열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지난 10월에 아파트 단지에 위치한 작은 공간에서 아파트 입주자와 함께 하는 아름다운 음악회가 열렸다.

블로그, 메신저 단체 대화방과 지역 인터넷 신문을 통해 필자가 파악한 사연은 다음과 같다. 지난 7월 17일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에서 택배를 배송하던 기사 J 씨가 심장질환으로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J 씨와 함께 택배일을 하던 아내분이 곧바로 J 씨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고, J 씨는 심장 수술을 받고 다행히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그 후 아내분은 택배를 배송할 예정이었던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 등 5개 아파트 주민들에게 일일이 사과 문자메시지를 보내 “남편이 심장 수술을 받아 오늘 배송을 못 하게 됐다”라고 배송을 못 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며 병이 낫는 대로 배송하겠다는 죄송스럽다는 마음을 전달했다.

그 후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이 안타까운 사연은 한 메신저 단체 대화방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고, 사고 이틀 후인 19일에 입주자 대표회의 감사가 “병원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모금을 진행하자”라고 주민들에게 제안했다. J 씨의 소식을 접한 아파트 주민들은 단체 대화방에서 안타까움을 표현하며 병원비 모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총 930세대가 거주하는 해당 아파트 단지에서 모금이 시작된 지 이틀 만에 107세대가 참여했고 성금 248만 원을 모아 감사의 편지와 함께 J 씨 부부에게 전달하였다. J 씨 부부는 아파트 주민들한테 눈시울을 붉히며 거듭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보냈고, 그 후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다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 10월 20일에 열린 아름다운 음악회는 택배 노동자 J 씨 부부와 아파트 주민이 서로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함께 정을 나누는 축제의 장이었다. 택배 노동자 등 우리 사회의 상대적 취약 계층인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그 음악회가 어떤 모습일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아파트 단지를 찾아갔다. 음악회 분위기는 감동 그 자체였다. 다소 쌀쌀한 날씨였지만 음악회 청중인 아파트 주민들의 열기는 뜨거웠고, 무대와 객석은 작았지만 그 음악회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유명 가수의 대형 콘서트 무대 못지않았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느낀 그 음악회의 하이라이트는 공연 순서에는 없었던 동네 아이들의 깜짝 출연이었다.

공연 마지막 순서에 최신곡인 아이돌의 신나는 댄스 음악이 나오자, 무대 주변에서 친구들끼리 모여 박수치며 수다를 떨던 유치원생 정도로 보이는 스물여 명의 아이들이 별안간 무대 앞으로 뛰어나와 방방 뛰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누가 제지할 수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두꺼운 겨울 파카에 귀마개와 장갑을 낀 어린아이들의 뛰어노는 모습이 귀여웠는지 진행자가 다음 공연 순서를 위해 아이들에게 ‘자리로 돌아가 주세요’라며 부드럽게 제지를 하려고 하자 어른들은 박수를 치며 ‘그냥 놔두라’라며 흐뭇한 표정으로 그 모습 자체를 즐겼다. 남녀노소 우리 모두가 함께 즐기는 마을축제가 이런 모습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공동체 문화를 다시 복원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동안 방송을 통해 아파트 주민이 택배 기사가 단지 내에 출입하는 것을 제한하고, 그에 대응해 택배 기사가 배달 포장을 단지 앞에 수북이 쌓아놓는 모습을 보아왔던 필자에게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의 미담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아름다운 사연을 함께 하기 위한 음악회는 마을 축제였고 감동의 무대였다. 우리 사회에 이기주의가 팽배해있고 아무리 각박하다지만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 문화와 그것을 기릴 수 있는 아름다운 음악회가 더 많은 지역에서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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