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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詩語)의 난해성 문제에 대한 소고(小考)
2023년 10월 17일 (화) 17:23:53 염필택 시인 webmaster@ggjap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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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중앙신문]

   
▲염필택 시인

희망자엔 등단 팔이 신인에겐 게재(揭載) 팔이

알량한 한 줌 권력 남용하는 갑질 행태

문단 내, 염치도 없는 사이비 미꾸라지

 

문지방 넘나든 수 비례한 상장 남발

친소(親疏)와 기금 액수 따라서 매긴 등급

번갈아 나누어 먹는 끼리끼리 잔치판

 

수준은 뒷전이고 돈벌이 상장 팔이

참여자 수 버금가는 풍성한 수상자 수

끝내는 공정치 못한 꿀단지 독이 되리

<연시조/ 카르텔 속에 가둔 그들만의 리그전/ 염필택/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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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출처: 시 전문/ 풀꽃/ 나태주)

위의 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부분이 알고 있고 널리 사랑받고 있는 공전의 히트작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이다. 이 시의 특징은 한마디로 짧고 쉬우며 직설적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김소월의 “진달래꽃” 역시 알기 쉬운 우리의 말과 글로 쓰여 한글을 아는 사람이면 이해하는 데 별 어려움을 못 느껴 시를 이해하고 읊조리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애송되고 사랑받는 시들의 공통점을 보면 간결하고 쉬우며 직설적이어서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을 가지고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영상매체의 홍수를 겪으며 성장한 세대인 MZ세대들의 특징은 활자매체를 별로 안 좋아하고 영상매체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세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시단(詩壇)이 흘러가고 있는 상황은 변화에 부응을 못 하고 자신들의 습관화된 구습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활자매체가 외면당하는 상황에서도 우리 시인들은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살펴보면 지나친 비유와 「낯설기 기법」을 사용해야 시가 깊이가 있고, 시어가 영글었으며 단단해졌다고 한다. 특히 시작법(詩作法)을 가르치는 일부 교수진과 그들에게 배운 문하생인 젊은 시인들일수록 난해성이 점점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그들만의 카르텔(?)을 구축하고 각종 문예 대회에서 그들을 가르친 심사위원들이 그들 입맛에 맞는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해주다 보니 50대 이상의 시인들 입에서는 ‘문단 마피아’라는 비아냥의 소리가 나오고 50대가 넘어서는 입상하기가 하늘에 별 따보기도 힘들다는 탄식이 들리곤 한다.

시인들마저 작품을 읽고 난 후에 그 난해성에 뭔 외계인이 지껄이는 우주 방언 같은 느낌이 들고 내용을 이해 못 하는데, 일반 독자가 이해해야 눈길이 머무르고 눈길이 자주 가야 사랑받을 것이며 사랑하다 보면 애송하게 될 터인데 그 난해성에 더 외면해버리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이다. 극히 일부 시인들만의 리그전을 벌여놓고는 독자들이 시를 외면하고 안 읽어준다고 독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푸념해대고 있는 것이 현재 시단(詩壇)의 현실이다. 물론 비유법을 쓰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나친 비유와 비비 꼬아서 낯설고 난해하게 하여야 수준 높은 시편이라는 착각에는 빠지지 말자는 것이다.

결국 독자가 외면한 결과가 무엇인가?

우리나라 직업 중에 소득이 가장 낮은 직업군이 시인이라는 통계가 말해주듯이 독자층에 뿌리를 내리고 독자의 사랑을 자양분 삼아 커가는 것이 시인일진대 지나친 비유와 과도한 낯설기 기법에 빠져 스스로 고사(枯死)의 길을 가고 있다는 현실을 냉철히 되돌아보자는 것이다. 전업 시인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시인은 지극히 소수에 그치며 시를 써서는 생활이 안 되다 보니 다른 직업을 가지고 생활하며 취미생활이나 소일거리 정도로 시를 쓰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를 이루는 것이 시인들의 현주소이고 민낯이다.

이제 진정으로 시가 애송되고 사랑받는 길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기라 생각한다. ‘대학 교수는 초등학생을 못 가르쳐도 초등학교 교사는 대학생을 가르칠 수 있다’라는 말에서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곱씹어 볼 일이다.

필자를 포함한 시인이면 누구나 사족(蛇足)과 현학(衒學)의 유혹에 빠지기는 쉬워도 벗어나기는 쉽지 않음을 느낀다. 독수리가 늙으면 새로운 부리를 준비하려고 고산지대로 올라가 수없이 바위에 주둥이를 부딪쳐대며 피눈물 나는 고통을 이겨내야 낡은 주둥이를 깨뜨리고 날카로운 새로운 주둥이를 갖춤으로써 사냥이 가능해지고 생명을 연장할 수 있듯이 내남없이 각고의 노력으로 지나친 난해성을 벗어나야 할 것이며,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시대변화에 부응하여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시의 영상매체화’를 통해 MZ세대를 포함한 전 독자층의 사랑을 받는 방법을 좀 더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지극히 단순 명료하면서 뒷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때리는 ‘칼자루’라는 한상호 시인님의 시 한 편을 음미해보자.

속살 찢어

내 슴베 꼬옥 품어주신 당신

 

그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출처: 칼자루 전문/ ‘꽃이 길을 놓았을까’ 한상호 제3시집)

어려운 낱말 하나도 없이 슴베 그대가 나를 품어주지 않았으면 나는 칼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못 하게 되어 아무것도 아니라고 시인은 노래하고 있다. 여기서 ‘슴베’란 어려운 말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살고 있는 낱말로 칼, 괭이, 호미 따위의 자루 속에 들어박히는 뾰족하고 긴 부분을 이르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필자가 수많은 시편을 읽고 습작도 해보았으나 이 작품을 한번 읽자마자 그냥 가슴에 들어와 마음에 새겨넣게 되었다. 여기에 우리가 나아갈 지평이 있는 것은 아닐까?

또한 지나친 ‘문인단체들의 난립’과 수준 미달 시인들의 대거 등단으로 ‘등단의 돈벌이 도구화’가 되어가는 것도 개선책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돈벌이를 위한 문인회의 난립으로 인해 등단비를 챙기려 경쟁적으로 등단을 시키다 보니 ‘세 집 걸러 한 명꼴로 시인이다!’라는 비아냥이 나오듯이 수준 미달의 시인이 너무 많고 수준 이하의 작품이 쓰나미처럼 밀려와 문자 쓰레기 동산을 이루니 대중이 외면하는 또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차라리 다른 나라에 없는 등단제도를 과감히 없애면 돈벌이 수단이 없어지니 문인회의 난립도 사라질 것이고 돈벌이를 위한 등단제도의 악용에 신인 글쟁이들이 입회비, 등단비, 게재비, 출판비 등으로 앵벌이(?)가 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또한 정체불명의 문인회를 통해 등단하고는 어중이떠중이 시인이랍시고 으스대지도 않을 것이며 무한경쟁 속에서 실력이 있는 참다운 시인만 독자의 사랑을 받고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으나 밥그릇 지키려는 기득권층의 협조가 없으면 개혁은 요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결국 다 같이 폭망으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다.

시인이 앞장서서 스스로 변하려고 노력함으로써 대중이 시를 이해하고 음유(吟遊)하며 회자(膾炙)할 수 있을 방법을 찾아내야만 시가 생명력을 얻게 되는 것이리라!

‘참다운 실력으로 대중이 감화받고 즐기며 위안을 받을 수 있을 때 시인의 존재 의미가 있고 사랑받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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