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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 동상은 꼭 하나여야 할까?
정조대왕 동상 이전 토론회를 보며
2023년 08월 06일 (일) 20:36:42 안직수 경기중앙신문 본부장 webmaster@ggjap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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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중앙신문]

   
▲안직수 경기중앙신문 본부장

지난 7월 26일 팔달문화센터에서 ‘의아한’ 토론회가 열렸다. 주최측은 20년 전 팔달산 중턱에 건립한 정조대왕 동상을 화성행궁 광장으로 옮기자는 주장을 펼쳤다. 7m 높이의 이 동상은 당시 20억원의 시 예산을 투입해 조성했다. ‘옮기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조성한 동상이고,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려면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광장으로 옮기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를 옮길 때 드는 예산은 얼마나 될까? 거대한 화강암 동상과 주변 부속작품까지 포함하면 조성하는 비용보다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될 작업이다. 또 동상을 옮기곤 난 자리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논란을 보면서 인도 북부 곳곳에서 만났던 암베르카르의 성상을 떠올린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의 독립을 위해 평생을 헌신했던 암베르카르는 간디와 더불어 인도 독립의 아버지로 칭송받고 있다. 최하층 천민으로 태어났지만 상류층 신분인 간디와의 대립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평등’을 내걸고 인도의 현 법전과 제도의 기초를 만든 사람이다. 인도 북부를 여행하면 도심 곳곳에서 그의 흉상, 동상을 만나게 된다. 암베르카르가 죽고나서 주민들이 앞다퉈 기금을 모아 마을의 중심지에 세웠다고 한다. 처음에는 누구지 했다가, 자주 그의 얼굴을 보면서 암베르카르라는 인물을 알게 됐다.

우리나라도 보면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서울 광화문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왜 정조대왕 동상은 수원에 하나 뿐이어야 하는 것일까? 팔달산 중간에도, 행궁 광장에도, 수원역에도, 나혜석거리에도 있으면 안되는 것일까? 옮기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사실 저자는 동상은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는 아니라는 점에서 문화재시설에 무분별하게 동상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조선시대에, 고려시대에, 삼국시대에 개인의 동상을 세운 적이 있었던가. 문화재심의위원에서 문화재 시설에 동상 건립하는 것을 심의하는 것도 해당 설치물이 문화재의 역사성과 가치를 훼손하는가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역사성과 보존가치를 중요시 하는 문화재시설에 동상을 세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동상 건립이 집중된 시기는 1970년대다. 1968년 당시 국내 대기업을 이끌던 덕산 이한상 선생이 서울 장충단 공원에 600원을 들여 사명대사 동상을 세웠다. 제막식에 참석한 박정희 대통령이 민족정신을 함양하는 일이라며 극찬을 하자 이후 기업들이 앞다퉈 동상 건립에 나섰다.

대항항공 조중훈 회장이 원효대사 동상을 서울 효창공원에 세웠고, 쌍용양회 김성곤 회장이 김유신 장군 동상을, 구자경 LG그룹회장이 퇴계 이황의 동상을 남산에 건립했다. 동아그룹 최준문 회장도 남산에 유관순 열사 동상을 조성했으며, 어린이대공원 후문에 김창원 신진자동차 사장이 을지문덕 동상을 세우는 등 서울에만 50여 개가 넘는 동상이 조성됐다.

사직공원에 조성된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의 동상은 동양제과 창업주 이양구와 고려원양 사장이 각각 ‘바침’한 합작품이다. 우리가 잘 아는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후면에는 ‘朴正熙 獻納(박정희 헌납)’이 새겨져 있다.

마치 권력에 아부하듯 서울 남산을 중심으로 곳곳에 동상이 세워지다보니 “저 분이 이곳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하며 역사적 관계를 찾아보려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기도 한다. 동상 조성이 군사독재 시절 불었던 열풍에서 기인하다보니 우리나라의 다수의 동상은 어느 지역의 랜드마크나 관광자원이 아니라 역사적 인물을 나열하는데 그치고 있다.

정조대왕의 성상은 그런 점에서는 다르다.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을 찾는 사람들에게 문화유산과 관련된 인물의 철학과 면모를 한번 생각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정조의 동상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옮기지 말고, 뜻 있는 사람들은 인도처럼 수원 곳곳에 정조의 동상을 세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겠는가. 수원을 찾는 관광객에게 정조를 접할 기회를 더 많이 줄 수 있지 않겠는가.

한편으로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는 극심한 사림들의 대립 과정에서 정쟁에 희생돼 죽임을 당했다. 지난 토론회 참석자들을 보면서 이번 정조대왕 동상 이전문제가 혹시나 정치적으로 활용된다면 정조대왕이 얼마나 노여워할 것인가 하고 혼자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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