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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절반을 잃는 것
시와 함께 고민해보는 생각 한 꼭지
2023년 07월 19일 (수) 09:22:48 염필택 시인 webmaster@ggjap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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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중앙신문]

   
▲염필택 시인

[염필택 시인]

 

이쑤시개도 차이나

첨단제품도 차이나

온갖 것들이 차이나

"메이드 인 차이나!"

 

설명서도 미포함

하루 만에 망가져

반품 문의 깜깜이

사후관리 모르쇠

“우리 살람 몰라해!”

 

품질도 차이 나

친절도 차이 나

관리도 차이 나

"차이나(China) 차이 나서 못쓰겠네!"

<시/ 차이나는 차이 나!/ 염필택/ 2021>

얼마 전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카메라용 보조기구를 구매하게 되었는데 배송되어 온 물품을 받아서 개봉하자마자 어이가 없었다. 설명서는 아예 없었고, 동봉된 리모컨은 고장이 나 있는 상태였으며 삼각대도 품질이 조악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쇼핑몰에 항의하니 이미 제품을 개봉하였기 때문에 교환이나 반품을 해 줄 수 없다는 대답만 앵무새처럼 되뇌었다. 부아가 치밀어서 온라인 쇼핑몰을 다시 들어가 살펴보니 어디에도 해당 제품이 중국산이라는 안내는 없었고 맨 하단에 물품을 개봉하면 교환이나 반품이 불가하다는 깨알 같은 글씨가 쓰여 있었다. 우리나라 쇼핑몰도 이윤만 올리는 데 급급하여 교묘한 수법으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우롱한 공범이나 마찬가지이다. 어쩔 수 없이 리모컨은 내버리고, 볼품없고 불편하지만, 그냥 사용하기로 하였다.

이 글을 읽는 독자께서는 소비자원에 제소해서 정당한 권리를 찾을 것이지 그냥 포기하느냐고 힐난을 하실 줄 안다. 하지만 필자가 왜 포기를 하였는지를 다음의 예를 보시면 약간은 이해가 가실 것이다.

자동차용 내비게이션이 처음 나오던 무렵이니까 꽤 오래전에 필자가 겪은 일이다. 어느 날 방과 후에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전화가 와서 받으니 상담을 드릴 것이 있다길래 학부모인 줄 알고 교실로 들어오시라고 했다. 말쑥한 정장 차림의 남자와 작업복 차림의 남자, 둘이서 찾아와서는 갖은 미사여구로 필자를 추어올리기 시작했다.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차에 부착된 전화번호를 보고 전화했다며 “선생님이 국민의 1%만 탄다는 ○○사의 ◇◇◇를 타고 다니시니 대단하십니 다.”라는 식으로 상대의 추켜세워 경계심을 무너뜨리고는 내비게이션의 기능과 효용성에 대해 약 30분을 현란한 말솜씨로 집요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당시에 ○○사의 ◇◇◇이 SUV 중에 최고급으로 국민 1%만 누릴 수 있다는 선전을 하면서 교묘하게 소비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던 시절임) 그 당시만 해도 내비게이션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던 시절로 장황한 설명을 들으니 무슨 신천지를 경험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가격이 당시의 내 봉급의 거의 서너 달 치에 해당하는 고가여서 망설이자 파격적으로 필자에게만 5년의 할부 조건으로 제공해주겠다는 말에 현혹되어 계약서에 서명하고 말았다. 서명하기가 무섭게 기술직인 듯한 사람이 자동차 열쇠를 달라며 바로 설치작업을 하겠단다.

퇴근 후에 곰곰이 생각을 해보아도 무엇에 홀린 듯하고 너무 무리한 것 같아 후회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하였다. 동료들에게 알아보니 필자에게만 파격적이라던 5년 할부 조건이 구매하기로 한 모두에게 적용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약간의 불쾌감마저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튿날 아침에 터졌다. 초창기 내비게이션은 장비도 크고 복잡하여 부착물이 꽤 여러 개였는데 출근하려고 차 문을 여는 순간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부착해놓은 부착물들이 무슨 폭탄을 맞은 것처럼 바닥에 우수수 쏟아져 있는 것이었다.

이것은 아니다 싶어 반품하겠으니 철거하여 가져가라고 통보하니 돌아온 답변이 계약금으로 냈던 15만 원은 못 돌려주며 대금의 10%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원의 지원을 받아 지루한 줄다리기와 기다림 끝에 약 3개월 후에 최종적으로 돌아온 답변이 물건을 회수해 가는 대신 계약금 15만 원은 못 돌려준다는 것이다. 결국, 지칠 대로 지친 필자는 상대가 제시한 조건에 동의하고 말았다. 지금은 그 회사가 망했는지 내비게이션 업계에서 전혀 보이질 않는다. 그런 자세로 임하는 기업에 당연한 귀결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품 및 교환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필자로서 더는 스트레스받기도 싫고, 이번 일이 고가의 물건도 아니어서 그냥 넘기기로 했지만, 마음속에는 개운치 않은 앙금으로 남아있다.

우리나라도 초창기에는 중국과 다를 바 없던 예를 생각하면 지금도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필자가 풍문으로 들었던 이야기인데 70년대 성장 위주의 정책하에 실적 최우선주의에 빠졌던 우리나라의 어느 기업이 홍콩에 오징어를 수출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중량을 늘리기 위해 오징어 상자 속에 돌멩이를 넣은 상자를 섞어 수출했고, 이에 화가 난 홍콩 측에서 그 돌에다가 ‘한국산 오징어’라고 글자를 새겨서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거리에 비석 모양 세워 두었다는 이야기였다. 지금도 일부 악덕 기업이 쓰레기를 개도국에 수출하여 도로 가져가라는 항의와 함께 국격을 떨어뜨리는 데 일조(?)하는 뉴스가 가끔 보도되는 것을 보면 오징어 사건과 유사한 일들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닌가 보다.

반면에 일본이 국제시장에서 성공한 것은 철저한 친절과 끝까지 책임지는 사후관리 시스템 유지였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일본의 자동차 회사가 고장 난 차량에 대한 사후관리를 위해 나사 부품 하나를 들고 남아메리카까지 직원이 직접 달려갔다는 일화와 고객이 돈다발을 은행에서 찾아갔는데 돌아가서 돈다발을 세어보니 한 장이 부족하다고 연락이 와 은행에서 즉각적으로 고객에게 달려가 실수로 인해 고객님께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하고 부족분을 채워주었다는 이야기에서 우리나라 은행은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대처할까… 고개가 갸웃해지는 것은 왜일까?

지금은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으로부터 벤치마킹(bench-marking)을 통해 선진국 수준의 서비스와 사후관리를 하고 있지만, 오징어 사건처럼 우리도 한때는 팔면 그만이라는 식의 어리석음을 범했던 시절도 있는 것이다. 지금 중국이 과거에 우리가 걸었던 길을 걷고 있는 수준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우리 주변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자주 보게 된다. 작은 음식점 하나를 운영한다고 해도 문외한인 필자의 눈으로도 대박집과 쪽박집의 차이를 확연히 알 수가 있다. 처음에는 열과 성을 다하여 손님이 바글거리는 점은 같은데 대박집은 성공한 다음에도 처음과 똑같이 정성을 다해 손님의 신뢰를 얻는 집이고, 쪽박집은 처음에는 열과 성을 다하다가 장사가 좀 잘 된다고 생각이 들면 함량을 줄인다든지, 첨가물을 뺀다든지, 친절도가 떨어진다든지…… 등 장난질을 쳐서 결국 손님들이 등을 돌리게 되는 집이다.

영국 속담에 ‘인생을 사는 데 있어서 돈을 잃은 것은 아주 조금 잃은 것이요, 신용을 잃은 것은 인생의 절반을 잃은 것이요, 건강을 잃는 것은 인생의 전부를 잃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건강 문제는 잃으면 인생이 끝나는 것이니 차치(且置)하고라도 사는 동안이라도 아주 조금 잃는 돈에 집착하여 절반에 해당하는 신용을 잃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십 년 들여 쌓은 공든 탑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말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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