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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호의 세상보기] 소심한 자여 어깨를 펴라
2023년 07월 17일 (월) 11:04:00 경기중앙신문 webmaster@ggjap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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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중앙신문]

   
▲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 사무국장

당신의 성격은 외향형인가 내향형인가?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MBTI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거나 MBTI 검사를 통해 자신의 성격에 대해 알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2020년부터 유행한 MBTI 검사는 마이어스와 브릭스가 만든 일종의 자가 진단 형식의 성격 유형 검사로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성격 검사 방식이다. MBTI 검사에서 자신이나 타인의 성격을 파악할 때 적용하는 첫 번째 기준이 바로 외향형과 내향형 분류이다. 실제 일상생활에서도 사람들을 만날 때 그 사람이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를 보고 그 사람의 성격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외향적-내향적 성격 차이는 어떤 요인에 의해 발생했는가? 사회에서는 어떤 유형을 선호하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서로 상반되는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외향성-내향성 차이는 인간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유전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가설이 현대 심리학에서 주된 이론적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문화적 배경이나 특성이 개인의 성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외향성이라는 성격 특성은 유전적으로 전달된다는 주장이다.

실제 외향성이라는 특성은 아시아나 아프리카 지역에 비해 유럽과 아메리카 거주자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의 후손들은 이주민의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여행하던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성향이 강하고, 그러한 외향적 특성이 후손들에게 유전적으로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케네스 올슨은 대륙별 성격 특성에 대한 비교 연구에서 “성격 특성은 유전적으로 전달되므로 신대륙으로 이주민이 물결처럼 몰려들 때마다 구대륙에 거주하는 사람들보다 더 바쁜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으로 바뀌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외향적인 사람이 더 높게 평가받고 사회적으로도 인정을 더 받는 경향은 근대 이전부터 있어온 문화적 전통이었다. 고대 그리스인은 웅변술을 최고의 능력으로 간주했으며, 로마인도 도시에서의 화려한 사교생활을 중시했으며 당연히 외향적인 사람들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근대 들어 국민들로부터 추앙받는 국가 지도자나 사회 운동가 중 상당수는 넒은 광장에서 뛰어난 언변과 감동적인 연설로 대중을 사로잡는 외향성이 강한 인물들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치 지도자나 명망 있는 시민 운동가는 대부분 뛰어난 웅변 능력을 가진 자들의 몫이었다. 소심하고 내향적인 사람들은 설자리가 없어졌다.

외향성 선호 경향은 산업혁명 이후 대중사회로 진입하면서 더욱 강해졌다. 대중에게 대량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를 팔기 위해서는 뛰어난 판매 능력이 요구되었는데, 그 능력은 다름 아닌 뛰어난 언변으로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외향적 기질이었다. 외향성 자체가 사회적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 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선천적으로 내향성이 강한 사람들한테까지도 외향성을 강제하는 사회로 진화한 것이다. 사회 자체가 외향적인 가치를 가르치는 장이 되어버렸고, 그 외향적 가치가 부족하면 사회에서 패배자나 낙오자로 취급받기 십상이었다. 내향적인 사람들이 사회적 부적응자 대우를 받는 것이 과연 정당한 걸까? 내향적 가치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거대한 문화적 흐름이지만 ‘외향성 숭배 현상’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심각한 오류라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가장 외향적인 국가로 평가받는 미국에서도 두세 명 중 한 명은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외향적인 사람들만의 나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점을 데이터 상으로도 보여주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상, 예술, 발명품 중 수많은 것들이 조용하고 이지적인 사람들, 즉 내향성이 강한 사람들을 통해 탄생했음을 알려주는 사례들은 많다.

뉴턴, 아인슈타인, 예이츠, 쇼팽, 프루스트, 조지 오웰, 스티븐 스필버그. 이들 모두는 자극이 들어왔을 때 차분히 고려하는 기질로 오랜 세월 지적·예술적 성취와 영광을 누린 인물들이다. 간디, 루스벨트, 앨 고어, 워런 버핏, 로자 파크스. 이들은 정치나 재계처럼 내향적인 성향이 적은 분야에서조차 위대한 업적을 이뤄낸 내향적인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내향성에도‘불구하고’가 아니라 내향성‘덕분에’ 특정한 일을 달성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침묵과 고독을 즐기는 사람,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사교활동보다는 독서를 좋아하는, 수줍음을 많이 타지만 섬세함과 진지함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내놓은 탁월한 성과를 생각해 보라.

오늘의 칼럼은 나 자신에게 던진 위로의 메시지였다. 현재 자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도 좋다는 조언을 어린 시절 소심한 성격으로 가슴앓이를 했던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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