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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彷徨)과 배회(徘徊)
문학박사 문재익 칼럼니스트
2023년 06월 19일 (월) 09:32:10 문학박사 문재익 칼럼니스트 webmaster@ggjap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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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중앙신문]

   
▲[문학박사] 문재익 칼럼니스트

방황이란 ‘이리저리 헤매어 돌아다님’, ‘분명한 방향이나 목표를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함’의 의미이며, 유의어에는 방양(彷徉), 지회(遲徊)가 있고, 배회란 ‘아무 목적도 없이 어떤 곳을 중심으로 어슬렁거리며 이리저리 돌아다님’의 의미로 유의어가 방황이다.

그런데 ‘방황’과 ‘배회’는 같은 듯 조금은 다른데, 예를 들어 방황으로는 “그는 사업에 실패하고 오랜 좌절과 ‘방황’을 겪었다.” “잘 곳을 정하지 못해 거리에서 ‘방황’을 계속하였다.”이고, 배회로는 “낯선 남자가 몇 시간째 공원에서 ‘배회’하고 있다.” “그는 바닷가를 ‘배회’하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로 쓰이는데, 의미 구별을 하려면 각 문장들 속에 ‘방황과 배회’를 맞바꿔보면 확연(確然)하게 구별할 수 있다. 방황은 ‘정신적 마음, 육체적 행동’에 둘 다, 배회는 주로 ‘육체적 행동’에 쓰인다. 그리고 방랑(放浪)은 ‘정(定)한 곳이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님’의 의미이다. 혹자(或者)는 말한다. ‘방랑과 방황사이가 배회라고.’ 그럴듯한 말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청소년들의 ‘방황과 배회’이다. 여성 가족부가 조사한 청소년 가출(家出)의 원인은 ‘부모님과의 갈등’, ‘놀고 싶어서’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어서’가 거의 대부분이라고 한다. ‘집으로 돌아갈 의사가 없거나’, ‘돌아가서는 안 되거나’, ‘돌아갈 가정이 아예 없는’ 청소년들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거리에 몇 십만의 청소년들이 먹지도 못하고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고 하는데,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들 방황과 배회하는 청소년들 일부가 범죄를 저지르거나, 범죄와 연루(連累)되어 비행 청소년(非行 靑少年:미성년자로서 지켜야 할 규칙을 위반하거나 부모에 대한 불복종, 상습적 학교결석, 가출, 음주, 흡연 따위, 우범(虞犯:성격이나 환경의 영향을 받아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음)행위 등을 저지르는 12세 이상 20세 미만의 청소년들을 통틀음)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의 어른들이 이들을 이용하거나 부추긴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나 지자체에서 학교나 해당 가정과 연계(連繫)해서 각 가정으로 돌아가도록 유도(誘導)하거나 아니면 청소년 쉼터에 자발적으로 입소하여 적절한 보호와 지원을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적절한 교육과정을 거쳐 사회에 나와 적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사회의 저 출산 문제에 대한 심각한 상황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일부만이라도 가출청소년에 대한 정부예산 투입으로 그들을 건강하고 건실한 우리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책은 신생아 출산 독려(督勵) 정책 못지않게 시급(時急)하고 절실(切實)하다. 왜냐하면 청소년 가출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라도 청소년들의 가출로 말미암은 방황과 배회는 사회적 차원에서 막아야 한다.

우리는 부모님에게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내고 아득히 먼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시절, 그리고 비교적 학창시절보다 그나마 기억이 또렷한 생활전선에서 보내온 지난 세월들은 때로는 방황, 배회, 망설임, 주저(躊躇;머뭇거리며 망설임)함 그리고 답보(踏步:제자리걸음)상태로 살아 왔다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진취적(進取的)이지 못하고, 자신감이 없고, 무엇보다도 소신(所信)이 없었음에 틀림없었다.

이것이 범인(凡人:평범한 사람들)들 생활의 한 단편일까? 지난날 당시는 깨닫지 못했지만 세월이 흘러 이제 생각해보니 인정하지 않으려 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확실해 지고 있다. 과연 내가 살아온 길이 잘 살아 온 것인지? 내가 생각하고 믿은 방향이 옳았던 것인지? 그렇게 살아온 내 과거가 제대로 된 현실을 만들어 주고 있는지? 모든 것이 의문스럽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그래도 세월은 유유(悠悠)히 흘러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나간 시간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 다는 것이다. 지나간 시간은 후회에도 소용없다.

영어속담에도 ‘후회는 나중에 오는 법이다(Regret comes later.)’라는 말이 있다. 우리 인간들은 누구나 그것이 짧던 길든 간에 방황과 배회의 시기(時期)가 있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방황과 배회가 때로는 필요하다’는 말인가?

‘방황과 변화를 사랑하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독일의 작곡가 바그너의 말이다. 교육의 목적도 ‘변화’이다. 방황의 시간이 지나면 변화의 계기(繼起)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바보는 방황하고 현명한 사람은 여행을 한다.’ 영국의 성직자이자 작가인 토머스 풀러의 말이다. 목적지가 없으면 방황이고, 목적지가 있으면 여행으로 본다면, 방황과 여행은 같은 맥락(脈絡)으로 ‘여행을 하거나 병에 걸리는 것, 이 둘의 공통점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일본 도쿄대학 교수였던 지구물리학자 다케우치 히토시의 말처럼, 방황도 때론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이며 새로운 전기(轉機:사람이 바뀌는 기회. 전환의 시기)가 마련되기도 하는 법이다. ‘지리산, 나는 방황 그 자체로서 이곳에 이르렀으며, 어떠한 주문(呪文)으로도 잠재(潛在: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잠겨 있거나 숨어 있음)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 현대 문학의 중요한 성과의 하나인 소설 ‘지리산’을 쓴 소설가이자 언론인 故(고) 이병주님의 말씀으로, 방황이 때로는 괄목할만한 ‘업적(業績)’을 남기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성장하는 청춘들의 고뇌와 인간의 내면성의 양면성에 대한 고찰(考察)을 통해 휴머니즘(humanism: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김)을 지향(志向)한, 스위스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으로 42세에 산전수전을 다 겪은 상태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위하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집필한 자전적 소설 ‘데미안(Demian)’은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반항은 곧 헤세 “자신의 지난날 ‘방황’을 돌이켜 보는 반성적 시각”이었고, 그 속에서 끊임없는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구현(具現)된 존재가 바로 막스 데미안 이다. 헤세는 지난날의 ‘방황’을 바탕으로 ‘데미안’을 발간(發刊)한 이후 상승세를 타고 마침내 ‘유리알 유희’로 69세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끝으로 오늘날 취업난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이 ‘방황과 배회 그리고 고난을 통해 도전하여 꿈을 펼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성(旣成)작가가 아닌 또래의 젊은 작가 박유현이 쓴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백 패커의 수기).’를 읽기를 권고한다. 저자가 걸어간 길을 함께 여행하고 있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방황과 배회의 시기는 대체로 ‘정체(停滯)’의 시기이기도 하다. 지나온 발자취를 더듬으며 솔직 담백하게 풀어낸 이 책이, 읽는 이로 하여금 방황과 배회의 정체를 떠나 ‘도전에 대한 출발점(starting point)’이 되는 불씨를 지필 수 있는 계기(契機)가 마련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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