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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고민해보는 생각 한 꼭지] '장인(匠人)과 얼치기'
연시조/코스프레 전성시대 염필택
2023년 06월 15일 (목) 15:57:39 연시조/코스프레 전성시대 염필택 webmaster@ggjap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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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중앙신문]

   
▲시인 염필택

목마르고 배고픈 말 평원을 만나면

풀밭과 냇물 간에 선택을 고민하듯

본분과 실리 사이를 오가는 외줄타기

 

투자자 흉내 선량 정치꾼 행세 목자

부캐가 본캐 행세 정체성 잊은 행렬

한 우물 파고 또 파는 우직함 그립구나

 

약자를 위하는 척 정의를 위장해도

실체는 탄로 나고 진실은 드러나니

세상을 기만하려는 어리석음 그치게

 

선량은 선량답게 목자는 목자답게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가 답게 살아

선무당 사람을 잡는 깨춤만은 그치게  

   < 연시조/코스프레 전성시대 염필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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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대강 철저히 하고 끝내!”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서 자주 듣는 소리다. ‘대강 철저히’란 어법에도 맞지 않지만, 철저히 하는 것을 대강하라는 뜻이다. 즉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대충하고 끝내라는 뜻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바로 이 말의 의미를 곱씹어 보면 장인과 얼치기의 가는 길이 확연히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장인(匠人)」은 잘 알고 있다시피 서양에서 일찍이 「마이스터(Meister)」라고 해서 ‘도제(徒弟)와 직인(職人)의 수련 과정을 거쳐 일정한 작품심사에 합격한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써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일정한 수준 이상의 기술을 연마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책임 의식과 자긍심을 갖고 일가(一家)를 이루어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얼치기」의 의미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치, 이것저것이 조금씩 섞인 것, 탐탁하지 아니한 사람’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는데 재정리하자면 확실한 자긍심과 책임 의식이 없이 어중간하게 적당히 처신하여 탐탁하지 않은 사람 정도가 될 것이다.

얼마 전에 사회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국보 1호인 숭례문을 방화하여 온 국민의 안타까움과 공분을 샀던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 후에 복구과정에서 종종 들려오는 소식이 입맛을 씁쓸하게 만들고는 했다. 수백 년을 끄떡없이 견뎌오던 단청이 복구한 지 몇 년 만에 벗겨져 나가는 사태가 일어나고, 기와도 전통 기와가 아닌 것으로 시공한 것이 드러나고, 복원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대목장(大木匠)은 국민으로부터 기증받은 목재를 바꿔치기하여 착복하였음이 밝혀졌다. 그 이외에도 복원의 문제점들이 세세히 들 수가 없을 정도로 부지기수다. 복원에 참여한 사람들과 감독기관인 문화재청 공무원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자긍심도 사명감도 없이 다만 돈을 벌기 위해 참여했고, 봉급을 받기 위해 감독한답시고 눈뜬장님이 되어 앉아있던 얼간이들의 집합체는 아니었는지 묻고 싶다. 한 마디로 총체적 부실이요, 복마전이다.

얼치기들의 ‘대강 철저’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와우아파트,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등으로 이어지는 붕괴 사고의 연속과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했던 세월호 침몰 사건 및 이태원 압사 사고, 동계올림픽 개회 직전에 일어난 KTX 영동선 탈선사고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는 후진국형 인재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한쪽에서는 교사가 제자를 성추행했느니, 공무원이 뇌물수수로 구속이 되었느니, 재벌이 온갖 편법을 동원하여 자식에게 증여하였느니 등 분노가 치미는 소식들만 허구한 날 들려오고 있다. 결국에 가서는 「헬조선!」이라는 말까지 등장하였다. 어쩌다가 대한민국이 이 지경으로 지옥 같은 나라가 되었단 말인가! 그것도 대한민국 국민의 입에서 나오고 있음에 개탄스럽고 서글플 뿐이다.

이러한 후진국형 사고의 빈발을 면치 못하고 후안무치(厚顏無恥)한 사건들이 계속되고 있음의 근본 원인을 살펴보면 긍지와 보람을 찾는 장인은 드물고 돈벌이에 급급한 얼치기들만 양산되어 우글거리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긍심과 사명감은 뒷전이고 단순히 부와 영달을 위한 방편으로만 여기는 사고방식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우리는 조상들이 어떻게 세계 최고의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를 만들 수 있었을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도공들은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혼과 정성을 다 바쳐 도자기를 구워내나 조금이라도 흠결이 발견되면 미련 없이 깨부숴버렸다. 돈벌이가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신이 만든 물건의 품격에 승부수를 던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러하기에 세계가 감탄하는 비췻빛 고려청자가 탄생하였고, 임진왜란 당시에 왜적들이 조선백자를 약탈하는 것으로는 성에 안 차 도공들을 대거 납치해감으로써 오늘날의 일본의 도자기 기술이 세계일류급 반열에 오르게 된 것도 조선 도공들의 숨은 기여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국격에 걸맞은 장인들을 키우고 얼치기들이 발붙일 수 없는 여건을 만들어 가는 데 더욱 매진해 갈 때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화랑도 정신, 선비정신 등 참으로 좋은 민족정신이 있었으나 일제강점기에 민족말살정책으로 인해 민족정신을 거세당하고 해방 후에 자본주의의 격랑 하에 혼은 없이 몸집만 키워온 기형적인 나라가 되어 갔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는 없으리라. 혼이 없는 민족은 미래도 없다는 것은 역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영국이 ‘젠틀맨 십’으로 무장하고 세계를 제패하였고, 미국 또한 ‘뉴 프런티어 정신’으로 세계 최대 강국이 되어있으며, 중국 역시 ‘중화사상’으로 내일의 최강을 꿈꾸며 굴기(崛起)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도 당장 얼치기들을 솎아내고 장인이 우대받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과 지원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장인이란 기술직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모든 국민이 자신의 역할에 자긍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열과 성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선생은 선생답고, 시인은 시인답고, 정치인은 정치인다워서 모든 분야에 걸쳐 그 분야의 장인이 되려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모든 분야에서 ‘○○은 ○○다운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다 보면 이 나라는 어느새 경제 선진국뿐만 아니라 문화 선진국이 되어 모두에게 부러움을 사는 나라가 되어있을 것이다.

필자도 사십 년 가까이 선생을 하면서

‘스승이란 소리는 못 들어도 최소한 손가락질 받지 않고 욕은 먹지 말자!’

라고 되뇌면서 교사 생활을 해왔다. 이제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지만 선생다운 선생이었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라도 맡은 책무에 열과 성을 다해가리라.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은 얼치기가 아닌지 돌아봄이 어떨는지?

<ypt0406@hanmail.net 시인 염 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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