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3.6.5 월
지방선거, 교육감
> 뉴스 > 사회 | 오피니언
     
[칼럼] 용서는 누가 하는 것일까?
안직수 시인
2023년 03월 23일 (목) 10:19:41 경기중앙신문 webmaster@ggjapp.com
카카오톡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경기중앙신문]

   
▲안직수 시인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은 전도연(신애)과 송강호의 탄탄한 연기력도 일품이지만, 용서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줄거리가 주는 여운이 깊다.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은 신애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밀양에서 새 터전을 마련한다. 낯선 곳에서 오로지 아들만 바라보며 살던 그녀였지만, 친하게 지내던 웅변학원 원장이 그녀의 아들을 납치해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절망과 분노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녀는 이웃의 끈질긴 설득으로 교회를 다니게 되고 “너의 원수를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해범을 용서하기로 한다. “당신을 용서하겠다”는 말을 하려고 찾아간 교도소에서 살해범은 먼저 말을 꺼낸다. “교도소에 들어온 뒤로 하나님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이 죄많은 인간에게 손 내밀어주시고, 제 죄를 용서해 주셨습니다.”

이 말을 들은 신애는 넋이 나간다. 그리고 말한다. “당사자인 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나님이 먼저 용서했다는 말인가?”

요즘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방일에서 보여 준 과정이 그렇다.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해 노예보다 더한 삶을 살아야 했던 일제 징용 대상자, 위안부 희생자의 분노는 여전하다. 가해자인 일본은 반세기가 넘도록 책임있는 사과조차 안하고 있는데, 국가수반이 그들을 대신해 일본을 용서했다. 강제징용을 살았던, 위안부로 치욕적인 삶을 이어야 했던 분들을 대신해 위정자가 할 수 있는 용서일까?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경제 10대 대국으로 성장했다. 일본에 기술과 자본력을 의지해야 하던 시대는 옛말이 됐다. 미래와 경제를 위한 선택이라는 말은 일제 강점기 이후 태어난 세대를 설득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어떤 상처로 다가올지 생각해 볼 일이다.

1992년 위안부 존재가 알려지면서 일제강점기에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그들의 만행은 세계적인 비난의 대상이 됐다. 매주 수요일마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종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눈이 오건 비가 쏟아지던 개의치 않고 집회를 열고 있다. 피해 할머니들에게 눈이나 비는 그들이 당한 상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식을 키우면서 잘못한 것이 있으면 곧대로 사과하라고 가르친다. 지각을 했으면 “제가 게을러서 늦었다”고 사과하면 될 일인데, ‘차가 고장나서’ ‘아이가 아파서’ 등 거짓말이나 변명은 결국 자기에 대한 신뢰만 잃게 된다고 말한다. 특히 일본인들은 ‘스미마셍’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사과하는 습관이 배어있지만, 유독 국가의 집단적 잘못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이 보여준 행동은, 잦은 잘못으로 상사(일제 피해자)에게 야단맞는 후배(일본)를 대신해 옆에 있던 사람(한국 정부)이 “어제 사과했으니 됐다. 이제 그만하시라. 오늘 힘차게 일을 하려면 이제 그 일은 잊어야 한다”고 말하는 격이다.

대통령께서 외교부 장관과 직원들과 함께 밀양 영화를 보시라고 권한다. 그리고 용서는 누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한번 고민해 보시길 바란다.

 

경기중앙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 경기중앙신문(http://www.ggjapp.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겨울 설경 아름다운 등산로,선자령
취임 4주년 김상곤교육감, 파장유치원
경기도교육청 29일 퇴직교원 550명
실내에서도 쓸 수 있는 그물침대 ‘라
요즘 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 각양
공무원·군인 봉급 평균 3.5% 인상
통일나눔,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
화성시, 건축법령 개정 공장증설 규제
KCC, 그린 리모델링사업 본격화
수원역 23평형 파크빌이 1억3천5백
신문사소개 | 기사제보 | 광고문의 | 불편신고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경기도 수원시 권광로 55 권선자이이편한세상 109-802 | Tel (031)8002-6117 | Fax (031)225-6807
등록번호 : 경기도 아00301 | 등록년월일 : 2010년 5월 4일 | 발행인, 편집인 : 김승원 | 청소년보호 책임자 : 김승원 | 회장 : 박세호
Copyright 2009 경기중앙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ggjap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