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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와 존중할 줄 아는 사회 [칼럼]염필택
시와 함께 고민해보는 생각 한 꼭지
2023년 03월 09일 (목) 22:29:01 경기중앙신문 webmaster@ggjap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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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중앙신문]

   
▲염필택 문인

보고 있노라면

네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네가 있다

 

보고 또 보고 있노라면

네가 내가 되고

내가 네가 된다

 

너와 나

얼싸안으니

가슴이 풀무질한다

마음이 뜨거워진다

 

우리

마음을 품어 아픔을 나누자!

가슴을 열고 희망을 노래하자!

어깨를 얼싸안고 같이 나아가자!

 

얼싸 지경이요!

에헤야 지경이요!

(희망을 노래하자/염필택/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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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어느 봄날, 주말을 맞이하여 평소에 자주 찾는 코스로 간단히 배낭을 꾸려서 산행을 나섰다. 새소리마저 신록과 어우러져 경쾌하게 들리는 숲길을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산을 오르고 있었다. 저 멀리에 평소와 다른 모습이 연초록 나뭇잎 사이로 보이기 시작하여 가까이 다가가니 볼썽사나운 광경이 벌어져 있었다. 얼마 전부터 누군가가 지나다니며 어떤 기원을 드리는지, 아니면 스스로 우러나와서 잔돌들을 치우려고 시작했는지 동기는 모르겠으나 산행길 한쪽에 규모가 작든 크든 여러 개의 돌탑을 쌓아놓은 것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자신의 신념과 다르다고 해서 남의 노력을 아랑곳하지 않고 한순간에 그것들을 무참하게 무너뜨리고 파괴해놓는 무도한 만행을 목격할 때마다 마음이 몹시 씁쓸하다. 지난해 여름 녘으로 기억이 되는데 내가 자주 가는 또 다른 산행코스의 가파른 비탈에 약 10여 기의 돌탑이 차츰 높이를 더 해가며 쌓이는 것을 보게 되었다. 지나다닐 때마다 경사가 심하여 힘도 들고 위험할 텐데 누가 저렇게 지극정성을 다하며 쌓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까지 했었는데 어느 날 산을 오르다 보니 그 많던 돌탑이 산산이 흩어지고 파괴된 모습이 믿어지지 않아 눈을 의심하게 했다. 의아스러운 눈빛으로 원인을 알아보려고 일부러 가까이 가서 한참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혹시 멧돼지 같은 야행성 동물의 소행인가 해서 샅샅이 살폈으나 결국 돌의 흩뿌려짐 정도라든지, 10여 기를 동시에 파괴를 한 것이라든지, 정황들을 종합해 볼 때 사람의 소행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자신이 믿는 신념이나 종교와 배치(背馳)되면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는 소아적 발상에서 비롯된 극렬분자의 소행일 것이 자명하였다. 과거 석모도의 마애석불에 붉은색 래커로 자행된 낙서 사건이나, 송파의 삼전도비 훼손 사건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그 반대의 아름다운 일례를 들어본다면 김수환 추기경님과 법정 스님의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에서 비롯되어진 많은 일화일 것이다. 남의 종교나 신념을 자신의 것과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슴없이 자행되는 안타까운 현실 앞에 다시 두 분이 남기고 가신 교훈을 곱씹어보게 된다. 많은 일화 중에 특히 압권인 것은 법정 스님의 권유를 받아 가톨릭 신자인 우리나라 조각 계의 거장인 최종태 조각가의 작품으로 만들어진 길상사의 관세음보살상 조성일 것이다. 길상사 관세음보살상 앞에 서면 관세음보살님 같기도 하고 성모마리아 같기도 함에 묘한 충격과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선다. 법정 스님이 무슨 의도에서 타 종교를 믿는 조각가에게 불사를 맡기기를 권하였는지 생각해보면 그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큰 울림으로 들려오게 됨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자신이 성장해 온 환경으로 인해 굳어진 방식으로 세상을 자신만의 잣대로 재단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는 잘못을 자주 범하게 된다. ‘다름’과 ‘틀림’을 혼동하는 데서 오는 어리석음일 것이다. 나하고 다르다고 해서 모두 틀린 것이고 옳지 않다는 흑백논리의 접근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고 사회공동체를 이루는데 최대의 난관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 사회는 사람들의 얼굴 모습만큼이나 다양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사회구성원들이 서로 인정하고 협조하며 최대 공통분모를 이루어 나아갈 때 가장 큰 상승효과를 낼 수 있고 최대의 과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파시즘이나 공산주의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된 원인 중 하나가 획일성을 고집한 데 있을 것이다. 개성을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는 획일주의가 능률적이고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단기간에 도달할 수는 있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가다 보면 결국에는 일반 대중을 모두 적으로 돌리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되었다. 즉 파시즘 및 공산주의가 태생적으로 똑같이 정체성과 개성을 인정하지 않는 내재적 모순에 빠져 일반 대중의 호응을 잃고 스스로 자멸의 길을 간 것이다.

야만 사회와 문명사회의 가장 큰 차이도 개인의 정체성과 개성을 존중하느냐와 아니면 간과하고 무시하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역사를 살펴보아도 사회발전의 방향이 대중의 정체성과 개성 존중이라는 지향점을 향해 나아간 것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최종 도착점이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최대로 보장하려는 민주주의의 탄생과 발전일 것이다.

작금에 문명사회를 이루었노라고 자부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요구되는 자세는 무엇일까?

다름과 틀림의 혼돈에 빠져 자신의 방식과 신봉하는 것이 다르다고 해서 맹목적으로 비난하고 공격한다면 인간사회가 동물사회와 전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인류의 역사를 전쟁의 역사로 만들었고 피의 투쟁사로 점철되게 한 것이다.

서로의 삶의 방식의 차이와 신봉하는 사상, 철학, 종교 등이 다름을 철저히 인정하고 존중하는 원숙한 사고에 따른 행동만이 서로 화합할 수 있고 문명사회로 나아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아직도 코로나 19가 세계적인 펜데믹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고슴도치 두 마리가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내려 하지만 가시로 인해 적정한 거리를 두고 견뎌낸다는 즉, 너무 가까이 가면 가시에 상처(전염)를 입게 되고 너무 떨어져 있으면 추위(고립감)를 견딜 수 없다는 우화인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이론’과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겹쳐지면서 새삼스럽게 생각해보게 된다. 현명한 사회생활은 상대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간섭도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지만, 무관심과 이기적 편리성 추구로 자신만의 안위와 행복을 추구하는 태도는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와 존중으로 대변(代辯)되는 이타심과 균형 잡힌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춘 다음, 서로 도움이 되는 전략(Win Win 전략)으로 나아감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슬기로운 삶의 자세가 아닐까?♠

[ ypt0406@hanmail.net 시인 염필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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