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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행궁 현판, 왜 땅바닥에 있어야 할까?
한정규 서예가
2023년 02월 23일 (목) 09:49:50 경기중앙신문 kimsonet@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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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중앙신문]

   
▲한정규 서예가
   
▲바닥에 있는 화성행궁 현판은 정조대왕이 직접 쓴 글씨다. 

화성행궁 앞 광장은 외부 관광객들로 사계절 사람들이 북적이는 공간이다. 외부 관광객들은 대부분 화성행궁을 관람한다. 광장에서 화성행궁으로 가는 길은 아주 운치 있다. 넓은 광장을 걸어가면 행궁 뒤로 팔달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고, 산 위에서는 화성장대가 내려다 보는듯한 위용을 뽐낸다.

행궁 앞에는 홍살문이 반기고 홍살문을 지나면 신풍교가 오염된 마음을 씻어내고 지나가라 한다. 신풍교에서 바라보면 화성행궁은 멋스럽다. 세 그루의 느티나무, 우뚝 선 신풍루가 조화롭게 보인다. 신풍교를 지나면 느티나무 세 그루가 서 있다. 이 느티나무는 정승나무라고 하는데 궁궐의 조경제도에 의해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을 상징하며 정승들이 나무 아래에서 백성을 돌보며 올바른 정치를 하라는 의미이다.

느티나무 뒤에 화성행궁 정문인 신풍루가 있다. 신풍루 왼쪽에는 화성행궁 현판이 땅바닥에 있고, 바로 옆에는 돌에 새긴 화성행궁이란 멋스러운 글씨가 돌 장식 위에 하나 더 있다. 건물에 걸려있어야 할 화성행궁 현판이 땅바닥에서 간판 노릇을 하는 것이다.

땅바닥에 있는 화성행궁 현판은 정조대왕이 직접 쓴 글씨이다. 화성행궁(華城行宮) 현판 글씨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썼다. 화(華)자 옆 위에는 어필(御筆)을 전서체로 썼는데 왕의 글씨라는 뜻이다. 그 아래 타원형의 홍재(弘齋)라는 인장을 찍었는데 홍재는 정조대왕의 호다. 궁(宮)자 옆에는 전서체로 ‘여천위십유팔년계축맹춘(予踐位十有八年癸丑孟春)’이라 썼는데 ‘내가 왕위에 오른 지 18년 되는 해인 계축년(1793) 1월’에 썼다는 뜻이다. 글씨 아래에는 정조대왕의 어보인 규장지보(奎章之寶)가 새겨져 있다.

화성행궁 현판 원본은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전체 크기가 105.9cmX319.7cm이고, 글자 하나의 크기가 80cm이다. 정조대왕의 웅건한 필력이 돋보이며 화성장대 현판 글씨와 함께 명작으로 손꼽힌다. 조선의 왕 중에서도 정조대왕은 글씨를 대단히 잘 썼다. 보통 잘 쓴 것이 아니고 당대의 서예가라고 할 만큼 잘 썼다. 왕의 글씨로서뿐 아니라 작품으로서의 가치도 대단히 높다.

무엄하게도 정조대왕이 쓴 현판이 왜 이 자리에서 간판 노릇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며칠 전 몇 사람의 지인에게 화성행궁 해설을 했었다. 화성행궁 현판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니 하나같이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정조대왕을 푸대접하는 게 아닌지요? 어이가 없네요” 낯이 뜨거워서 할 말이 없었다.

화성행궁 현판의 내력을 알아보자. 화성행궁의 정전인 봉수당은 1790년 장남헌이라 명명하고 정조대왕의 어필 현판을 걸었다. 1793년 1월 수원을 방문한 정조대왕은 수원부의 이름을 화성으로 바꾸고 화성유수부로 승격시킨 후 화성행궁 현판 글씨를 직접 썼다. 관례에 의하면 봉수당에는 화성행궁 현판이 걸렸고 장남헌 현판은 봉수당 안 마루 위에 걸렸을 것이다. 1795년 윤 2월 혜경궁홍씨 회갑연 때 장남헌을 봉수당으로 고치고 조윤형의 글씨로 봉수당 현판을 걸었다. 화성행궁 현판은 봉수당 안 마루 위에 걸렸을 것이다.

현재 화성행궁 현판은 화성행궁 정문인 신풍루 밖 땅바닥에 있고, 장남헌 현판은 유여택 안 마루 위에 걸려있다. 물론 현재 현판은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원본을 복제한 것이지만 건물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현판이 제자리에서 벗어나 엉뚱한 곳에 있어 안타깝다. 현판에 관한 설명도 없어 화성행궁 좌우에 있는 전서체 글씨를 읽지 못하면 그 누구도 정조대왕의 글씨라는 사실을 눈치챌 수조차 없는 형편이다.

현재 신풍루 앞에 있는 화성행궁 현판은 야외에서 비바람을 맞아 많이 낡았다. 나무가 갈라지고 쪼개지고 떨어져 나갔고 글씨의 색도 바랬다. 현판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 수원의 문화예술적 품격이 손상되는 일이다. 보수 하거나 새로 만들어 제 위치에 걸어야 한다.

화성행궁 현판은 어디에 걸어야 할까? 일반적이라면 봉수당 안에 걸어야겠지만 신풍루 2층 안에 거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 본다. 일반적으로 현판이 바뀌면 먼저 달았던 현판은 건물 안에 걸어둔다. 오래되고 유명한 건물이나 정자에 현판이 많이 걸려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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