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앙신문]

▲염두성 시인

유리 창엔  [염두성 시인]

빗물이 슬픈 것은

철 지나 떨어진 어두운 밤에

어느 곳을 붙들고

매달려 하소연할 곳이 없어

흘러내리기 때문입니다

빗물도 투명한 유리창에 닿을 때는

매달고 싶었던 마음이

이끌려 서서히 말라가는 것입니다

매달리고 싶은데

웅덩이라도 있었으면 고여갈 덴데

깨끗한 유리창엔

고이지도 못한

빗물이 말라붙어 죽어서도 얼룩으로

남아 투영되고 있습니다

너와 나는 힘들고 아파도 툭툭 떨어지는

빗물을 받아들고

서로의 빈 가슴으로 보듬어 고여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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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손에 꽃이 피더라  [염두성 시인]

흙 속에 단절되어 가는 철 지난

뿌리는

고단했던 어둠을 게워내고

살아야 했던 지난날들이

두려움 없이 한 방울의 눈물을 찾아

아련한 품속으로 남겨져

하얀 눈물로 잉태하는

눈먼 사랑이 죽은 눈을 떠

꽃으로 피어

향기는 천 리 길도 마다하지 않고

봄을 찾아 길을 떠나면

젖은 숨결을 떠올리며 만져지는

갈망하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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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꿈  [염두성 시인]

별이 되어 멀어진

너를 찾고

나비라면 내 등에 태워 날아

다닐게

어둠이 오면 나는 너를 찾고 있어

꿈속에서 너를 만나기로 했거든

오늘 밤도 고민하고 있어

꿈속에 만나 무얼 할까 하고

컵라면 좋아하니

물론 커피는 사랑의 라떼

어디로 갈까

난 너의 모든 것이 좋으니까

다 좋아

단 한 가지 꿈이 있어

들어 주면 좋겠어

오늘은 깨지 말고 꿈속에서

영원히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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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바다   [염두성 시인]

바다는 진심으로 파도를 일으켜

세워 주는 것이다

무게의 중심을 잃어도 물살을 삼키며

부드러운 숨결로 위로해 주는 것이다

몸부림치는 파도를 보듬을 때

잔잔해진 햇살이 반짝이는 것은

바다는 진심으로 지친 파도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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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데 있어도   [염두성 시인]

매일을 꽃눈을 뜨고 바라볼 수 있다면

어둠이 지나야

아침이 온다는 것을 알까

밤을 더듬기 위해 마음속 향기를 잃지 않고

잊히지 않기 위해

빛깔로 남아있다면

일이 초는 사랑하기 위해 견뎌야 했던

하루치의 사랑도 뜬눈으로

절절히 피어나

막 눈을 뜨는 아침햇살을 보며

같이 웃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