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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염두성 시인]
2021년 10월 31일 (일) 15:52:15 경기중앙신문 webmaster@ggjap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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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중앙신문]

   

▲염두성 시인

바람  [염두성 시인]

시원하다는 말은
빈속에 들이키는 국물같이
가슴에서 뽑아
비단 실로 감싼 언어처럼
손길이 닿는
마음까지
따뜻해서
산들 산들 속살거리는
소리에 설레
찬 서리가 내릴 때까지는
흔들리고 있었지
자그마한
풀꽃 곁에 드러누워 끙끙대는
가을이 오면
밖을 나가봐
햇살에 스치는 바람 소리에도
붉어져오는 단풍잎들을 보면
어디론가 달려가고 싶어져
바람은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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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파리   [염두성 시인]  
 
푸릇하게 실눈을 떴을 때
푸른 너를 보며 접시 깨지는 소리처럼
놀랐지
그때부터였어 내 입술도 푸르게 푸르게 치장하기
시작했지
청춘은 푸르잖아
그래서 견뎌내야 하는 일들이 많았지만
제일 힘든 건 빗물이었어
모습조차 덥힌 어둠 속에서 파고드는
속울음
단풍잎도 홀로 삼켜야 했던 외로운 달밤에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나는 아직도 너를 기다리는 동안은
푸르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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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룻배    [염두성 시인]
 
연한 물빛에 흔들리는 한 척의
나룻배 방향을 잃어버린 채
물결이 받쳐 들었는지 나룻배가 비워졌는지
무게의 비율이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다
비워져 허공에 사라지는 언어들이
한 척의 나룻배처럼 깊어질 때로
깊어져 푸른 물결 위에 끄적이며
떠다니는 한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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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울진 가을   [염두성 시인]
 
울고 웃는 한 세월이 익어 갈 때
물컹물컹하지요
어느 해 저문 날에 묻혀가는 
저녁노을처럼
구부러진 강물 속에 잠기어가는 목소리가
산허리에 감겨 떠나지 못하고
오늘도 너를 위해 번져가는
연둣빛의 마지막 몸부림
속에서 속으로 삭여져 깊어갔던
푸른빛처럼
들과 산을 감싸앉았더니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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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염두성 시인] 
 
서로 맞대고 의지한 체 움직이는
대로 살아내야 했던
연약한 마디 사이는 연으로 이어지고
세월에 맞닿는 부위마다
쿡쿡 짓눌리는 무게의 중심을 잃어가는
텅 빈 공간에 갇혀
갈아먹었던 게 인연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땐
물렁뼈와 물렁뼈 사이가 달아
멀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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