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앙신문]

▲염두성 [시인]

하루가 남겨진 건 너뿐

무슨 말을 할까

무슨 말을 해줄까

적당한 말이 생각 안 나

헤맬수록 가슴 저리고

바라볼수록 사랑스러운 사람

가슴 아프게 헤집고 다녀도

그리울수록 고마운 사람

숨 쉴 때마다 호흡하는 사람

무슨 말을 할까

무슨 말을 해줄까

생각할수록 지쳐가는

하루가 지나 또 하루가 와도

가슴 저리게 아름다운 사람아

멍하게 흘러가는 하루가

미소로 채워지는 그리운 사람아

하루를 헤집고 다녀도

뒤돌아서는 하루가

남겨진 건 너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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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이는 꿈  [염두성 시인]

염두성

늘씬한 검정 옷이 어둠 속

달빛처럼 나를 보며 웃고 있네요

달빛을 가다리며 백 년을 돌이 된

사람이 있고요

천년을 가슴속에 담아 잔잔하게 출렁이고 있는

호수의 아침이 있습니다

달빛을 바라보며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가

달빛 속에서 더 밝아지나 봅니다

내 가슴속 달빛은 몇 년을

더 기다리면 저리 늘씬하게

웃어 줄까요

어둠 속에서 자라나 꿈으로

내게 오는 너는 아름다운 꿈속에서

살게 해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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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이 보고싶다   [염두성 시인]

하늘을 향해 빈 가지를 길게

뻗어 한없이 흔들거리고 있습니다

소녀의 아침 기도처럼

경건한 마음으로

가장 아름다울 때 비워낸

여린 손목이 가느다랗게 떨리고 있습니다

휜 눈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사그락사그락 가슴 깊은 곳에 쌓여

눈부시게 아름다운 흰 눈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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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에 앉아 너를 본다   [염두성 시인]

바람에 흔들려 벤치에 떨어진

세월이 늙어가는 가을을 바라본다

가지 끝을 붙잡고 평생을

몸부림치며 오르막 같은 웃음으로

햇살을 마주 보았지

덧없이 떠다니는 뜬 소문은

너를 가리고 나를 그늘 지게 했지

늙은 벤치에 앉아 늙어가는 것은

아름다운 거라고

평생을 사랑했기에 마지막에 주는

마음도 붉어 서러운 거라고

어느 무덤가에 붉은 단풍잎 하나

떨어지거든 아직도 잊지 못한

내 마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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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넘어   [염두성 시인]

곡선이나 수평선이나

너는 참 가슴 아프게 웃는다

펄 속에 토해 내는 소금기도 진흙 속에

묻히는 아픔도 밀물에 씻기겠지

잔잔하게 들려주는 밀물의 출렁임에

은빛 날개를 달고

너 하나 가슴에 매달아 수평선

저 너머로

날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