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앙신문]

▲염두성 시인

가을에는...  [염두상 시인]

눈빛에서 물들어 발끝까지

적시는 단풍잎의 몸부림

가을에는 우연이라도 마주쳤으면 좋겠습니다

푸르른 눈빛에 매일 변해가는

달콤한 꿈들도 가슴속에 핏빛으로 고여가고

있습니다

하늘을 향해 비우지 못하고 뻗은 실가지

매일매일 휘청거립니다

햇살이 내린다면 눈가에

고이는 한 방울의 눈물이어도 좋습니다

발끝에 머무는 빛깔이 얼룩이

지기 전에

젖은 눈빛이어도

꼭 한번 마주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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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의 노래  [염두성 시인]

속이 빈 기타가 노래 부르면

달빛은

차오르고 속바람 같은 목소리는

달빛을 휘어감은

산사의 풍경소리만큼

가느다란 흔들림은

세상을 흔드는

온유한 목소리 어둠 속에서

달빛처럼 차오르며 내려앉은

저 은빛 날개들

나비는 아직도 날아가

앉고 싶은가 봅니다

창문으로 스며든 가을

염두성

속살을 비출 때 꽃잎은

아름다워지고

속 눈썹 속에 가러진 눈 웃음에

사랑은 향기로워지고

가질 수 없는 저 구름은 둥실둥실

멀어져만 가는

햇살에 스며 물들어 가던

가슴은 아직도 붉어 두근거리는데

그대 물들지 못한 마음이야

흐르는 눈물로 딱아 낸다지만

두근거리는 이 가슴은 어떻게

하나요

구석진 일요일 먼지를 털고

햇살을 보니 부시게 날아오르는

햇살과 먼지는 방안 가득 채워지는

그대 생각으로 눈부시게

날아오르고 있는 오후

남겨진 시간 알뜰살뜰 아무 지게

고여가는 사랑스러운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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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음 [염두성 시인]

봄부터 꽃이 피어 흐트러진 마음에

향기로 채워진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여름이 있어 땀방울이 줄줄 흘러내러도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몰라

가을에는 보고 싶은 마음들로 물들어 빛깔마저

얼마나 행복하고 뿌듯 한지 알고 있을까

겨울이 있어 뻐가 시릴 정도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낄 때는 얼마나

아팠는지 바람은 알고 스쳤을까

꽃이 필 때 가장 아름답듯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그대라서 오늘도 속수무책으로

피어나고 있는 이 봄빛같은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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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닿은 가을 [염두성 시인]

차마 말은 못 했어요

속으로 속으로 붉어지는 단풍잎 같은

가슴 아픈 사연을

조그마한 이파리에 담아내기에는

너무 서러워 말도 못 꺼냈어요

어쩌겠어요

가을이 오면 어김없이 물드는 이 마음을

물들어 꽃으로 피우기 위해

한 방울 한 방울 젖어드는 눈망울에 짙게

성숙해가다

이제는 끝없이 번져가는 애틋한 이 빛깔을

멈출 수 없는 이 빛깔을

분에 넘치도록 아름다운 이 빛깔을

붉은 물감을 풀어 놓은 물방울같이

툭툭 떨어져 고여가는

내 아름다운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