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앙신문]

▲[시인:염두성]

낙엽을 봅니다

[시인:염두성]

속바람 흔들리며 지나온 삶이

물들어 붉어지면

뿌리내려 단단하게 움켜진

햇살 한 줌에 가을이라 하는 건가요

속절없이 흔들리던

빛깔들이 빗물에 씻기는

서러움이 가을이라 하는 건가요

이름 모를 잎새 한 장에

뛰는 가슴 움켜쥐고 물들어

마주 보던 그 눈빛이 가을이었나요

빛바랜 생의 끈을 놓은 때

바람 따라 흔들리며 가야 하는

가을이 저만치 구르고 굴러

부서지며 지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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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날아가고 싶다

[시인:염두성]

꽃은 피고 지는데

그대는 아직도 꽃이군요

봄이 가고 여름이 지나

지금은 가을이라

속 살까지 물들어 붉어

서러워 이슬 맺히는데

그대는 지금도 봄인가 봅니다

봄꽃처럼 송이송이

터질 것 같은 눈웃음에

나비는 아직도 날아가

앉고 싶은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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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가 머무는 찻잔

[시인:염두성]

풍경소리에 떨구는 바람도

동그란 찻잔에 취해

머물다

달콤하게 젖은 입술도 훔치겠지요

속바람이 불면 얼른 뛰쳐나가

내 입술도 내밀고

있겠습니다

찻잔에 머물고 있을 향기로움에

숨넘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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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씨 하나는 가슴에

[시인:염두성]

움직일 수 없는 아픔이 바람에

날려 한 땀 한 땀 앞으로 나아갑니다

뾰족한 자갈뿐이어도

시멘트 위에도 틈이 주어진다면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움은 보고픔이 되어

좀 더 가까이 갈수 있다면

민들레처럼 바람에 날려 다가설

수 있다면

그대 곁에 머물 수 있는 그 날까지

선들선들한 바람을 기다리며

홀씨 하나는 내 가슴속에서

그렇게

오늘도 살아 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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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시나요

[시인:염두성]

차운 바람이 창문으로 새어 들어

서늘한 아침 햇살을 봅니다

금세 따뜻한 생각들에

포근해지는 향기로움에 살며시

끌어안고 눈을 감습니다

떨리는 이 가슴

설레는 이 마음

바람은 알고 있을까

햇살은 느끼고 있을까

멀리 있는 그대에게 바람으로 전해졌을까

햇살이 내려앉아 속삭였을까

이래저래 많은 생각이 나를 괴롭히고

사랑한다는 건 아픔인 거니

보고 싶은 건 슬픔인 거니

그대 마음을 모른다는 건

더 절망스러운 하루를 살아내야 해

내 맘을 알아주오

햇살이 내려앉거든 포근하게

쓰다듬어 주오

바람이 스치거든 입술을 내어주오

내 모든 것은 그대의 속 눈썹 위에

내려앉는 먼지에 불과하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