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교사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희롱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초등학교 교장을 교감으로 강등해 다른 학교로 전보하는 선에서 징계를 마무리한 사실이 알려지자 교육계와 학부모들 사이에 비난 여론이 높다.

이는 "단호한 처벌로 도덕적 일탈을 일삼는 일부 관리자들을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김상곤 교육감이 평소 발언과도 동떨어진 결과여서 교원징계위원회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안이 징계의결 요구됐을 때마다 '제 식구 감싸기'라거나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대응은 서울시교육청이 3명이던 외부인사를 6명으로 늘려 징계위원회를 재편한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징계위 개편 이후 인사비리 연루 교원 26명과 수학여행 비리 연루 교직원 9명을 파면 또는 해임해 퇴출해 자정 의지를 보였다.

경기도교육청 교원징계위원회는 전찬환 부교육감을 당연직 위원장으로 하고 교육국장, 전문직 과장 4명, 전직 교육장 2명, 학부모 1명 등 모두 9명이 징계위원으로 참여한다.

내부인사 6명, 외부인사 3명으로 균형을 갖춘 듯하지만 부교육감과 학부모를 빼면 7명이 관리직 교원 출신이다.

더구나 교육청이 이번 사건을 조사할 당시 교사와 학부모들이 "솜방망이 처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사에 소극적으로 응하며 집회 개최 움직임을 보이자 교육청 측이 나서 교단 퇴출 방침을 설명하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직접 조사한 도교육청 제2청은 공직에서 파면 또는 해임하는 '배제징계' 의견을 제출했으나 징계위원회에서 묵살됐다.

경기도교육청은 중대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중징계 철퇴' 방침을 발표하고도 나중에 징계결과에 대해선 교원징계령상 회의 비공개 및 비밀누설 금지 조항을 들어 공개하지 않아 교육혁신 의지에 의문을 낳고 있다.

도교육청 한 사무관은 "서울과 인천 등 타 시도가 재발 방지와 알 권리 차원에서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 선에서 징계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며 "징계위 운영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면 교육감의 교육혁신 의지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감사부서 출신의 한 간부 공무원은 "자신의 딸이나 아내가 이번과 같은 일을 당했다면 과연 같은 수준의 징계가 나올지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전교조 경기지부는 본조와 별도의 논평을 통해 "현재의 징계위원회 구조에서 같은 교육관료 출신에게 솜방망이 징계를 내릴 수밖에 없다"며 "징계위원인 국.과장에 대한 인사조치와 징계위원회 구조개편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경기지부 정진강 정책실장은 "성범죄 관련 비위는 교원징계 양정 규칙상 징계감경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직장 상사인 관리자의 성범죄는 직위를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교육청은 지난 2월 반부패 청렴대책'을 발표할 때 "교원 일반징계위원의 절반 이상을 학계, 법조계, 교육계 등 외부 인사로 구성해 제 식구 감싸기식 처벌 관행을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아직 이행하지 않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원징계위원회 재구성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