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원장 “참 억울하다. 안 했는데 무슨 근거가 있겠냐”

▲ 세교2단지 어린이집 전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20일 오전 오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어린이집의 영·유아 학대에 항의하며 해당 어린이집의 폐쇄 조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조백현 기자

출산·보육 시범도시인 오산시(시장 곽상욱) 세교지구 2단지 아파트 한 가정어린이집에서 영·유아들에게 일상적인 학대가 이뤄져왔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영·유아들의 뺨을 때리는가 하면, 가슴과 등을 치기도 하고, 심지어 영·유아들을 방에 가두는 일까지 일상적으로 벌어졌다는 것.

해당 어린이집에 근무했던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20일 오전 오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산·보육 시범도시 오산에서 어린이집 아동학대가 웬 말이냐”며 △해당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의 자격취득 박탈 △해당 어린이집의 폐쇄 조치 등을 촉구했다.

해당 어린이집은 지난 2010년 세교지구 2단지 아파트가 분양되면서 같은 해 7월 개원했다. 영·유아 전담 어린이집으로 만 0세~2세의 영·유아 12명을 돌보고 있다. 교사는 3명을 두고 있다.

교사들, “영·유아 구타·감금·방치 있었다” 양심선언

교사들의 주장에 따르면, 해당 어린이집에서는 영·유아들이 울기만 하면 윽박지르고, 가슴이나 등을 때리는 일은 다반사로 벌어졌다. 심지어, 계속 우는 영·유아들은 원장실에 4~5시간 동안 혼자 두며 울음을 그치라고 혼을 냈다. 심지어 원장은 아이들을 염려하는 교사 2인에게 “가끔 가서 숨은 쉬고 있는지만 확인해라”라는 말도 하였다.

해당 어린이집에는 원장의 딸도 근무하고 있었다. 교사들은 이 딸의 경우 영·유아의 뺨을 때리고, 낮잠 시간에 영·유아들을 다독여서 재워야 하는 상황에서 가슴을 크게 치는 행위도 있었다고 목격담을 전했다.

지난 9월 4일까지 해당 어린이집에서 근무했던 김모(46) 교사는 영·유아 학대에 대해 “선생으로서 아이들한테 할 방법이 아니었다. 아이들을 안으면 ‘내려놓아라, 울게 내버려둬라’라고 했다”면서 “교사로서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교사로서도 공포를 느꼈는데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피날 정도로 자학하고 공포에 떤 것이 제일 마음 아팠다”면서 “선생으로서 양심이 있음에도 내 말은 전혀 먹히지가 않았다. 아이들과 선생의 인권이 모독된 것이다”라고 양심선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여러 학부모들의 진술도 이러한 교사들의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지난 9월 3일까지 해당 어린이집에 아이들 맡겼던 어머니 장모(39) 씨는 “아이가 지난해 10월 어린이집 선생님이 때린다고 가기 싫다는 말을 하였으나 그 때는 그저 아이의 투정이라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잠을 재울 때 가슴을 토닥이는 걸 무지 싫어하더니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날이 열흘쯤 지나니 지금은 가슴을 토닥여도 싫어하지 않고 잘 잔다”고도 했다.

지난해 5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닌 아이의 어머니인 민모 씨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갈 때가 되면 손을 빨거나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이고, 어린이집 원장을 보면 울기 시작하였다”면서 이 때부터 아이가 손가락을 빠는 버릇이 생겼다고 진술했다. 아이가 놀 때 넘어져서 피가 날 정도의 상처가 생겨도 울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한 적도 있다고 했다.

다른 한 어머니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는 동안 ‘가기 싫다’는 말을 자주 반복하기도 하고, 등원할 때마다 ‘선생님이 무섭다. 무섭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이 어머니는 “원장에게 아이가 ‘선생님이 무섭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하자, 원장은 ‘선생님이 다른 친구들 혼내는 것을 보고 아이가 무서워하는 것 같다’고 말을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원장, “증거없다. 억울하다” 반박

하지만 해당 어린이집 원장 김모 씨는 이러한 교사들과 어머니들의 주장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김 원장은 “아무런 근거도 없다. 증거자료가 있나요?”라고 반문하며 “안 했는데 무슨 근거가 있겠냐. 감정적으로 선생이 터뜨린 것이다”라고 말했다.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참 억울하다”고도 했다.

오히려 김 원장은 아이의 약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혼을 내자 교사가 그만두게 됐다고 전제한 뒤, “선생이 그만두다보니 감정이 안 좋아져서 불거진 일이다. 그 전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면서 “일이 있다면 당시에 문제제기를 했어야 한다. 이제 와서 사건을 만들고 확산시키는 것이다”라고 문제의 발단을 그만둔 교사의 탓으로 돌렸다.

김 원장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충분히 조사를 했고 세밀하게 검토 중이다”면서 곧 조사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김 원장은 “‘아우, 이쁘다’ 하면서 아이 엉덩이를 토닥토닥 한 것은 보는 사람에 따라 때렸다고도, 성추행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오산시 가족여성과 담당자는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 조사를 한만큼 조사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행정조치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영·유아 학대와 관련해선, 형사고발 조치, 보육교사 자격 취소, 각종 보조금 중단 등의 조치가 취해지게 된다. 이 담당자는 다음 주중에 조사결과를 통보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무자격 딸 교사 채용, 행정처분 불가피할 듯

교사들은 또한 해당 어린이집 원장이 보육교사 무자격증인 상태의 본인의 딸을 1년 6개월 넘게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채용하여 담임교사를 맡겼다고 주장했다.

원장 딸이 그동안 무자격 보육교사로 일을 하다가 지난 3월에야 비로소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딸이 자격증을 신청한 상태이다. 보육교사 자격증은 아직 심사중이다”면서 “그동안 딸이 취사부로 일하면서 보조로 아이들을 돌봐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 원장의 딸이 보육교사 자격증이 없고 담임교사도 아니지만, 사실상 아이들 보육에 일정 부분 관여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교사들은 “딸은 분명히 담임교사로 일했으며, 원장이 어머니들에게도 그렇게 소개했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오산시 가족여성과 담당자는 “영·유아 학대 문제가 불거진만큼 또다른 행정적 문제는 없는지, 운영에 대한 전반 점검을 다한다”면서 “무자격 보육교사를 채용하면 원장 자격정지 3개월에 해당하는 행정조치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가족여성과 담당자는 “영·유아 학대와 관련해선 교사·학부모와 원장 사이에 주장이 엇갈리지만, 원장 딸이 무자격 보육교사로 일한 것은 명백해 보인다”고 말했다. 오산시의 행정처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사와 학부모들은 △원장과 교사의 자격취득 박탈 △해당 어린이집의 폐쇄 조치뿐만 아니라 △해당 어린이집 원장과 감싸기 대화를 나눈 담당 공무원 징계 △담당 공무원의 사후 행동에 대한 오산시장의 사과 △오산시 가정어린이집을 포함 민간,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한 교사허위등록 및 아동학대 관련 지도점검 실시 등을 요구했다. (사진·글 : 물향기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