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을 겪고 있는 경기 용인시의 각종 도로사업이 중단됐거나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이유는 역시 재정난 때문이다.

20일 용인시 기흥구 상하동~처인구 남동을 잇는 7.44km(폭 20m)구간의 '삼가~대촌간' 도로 공사현장. 산자락을 따라 난 이 도로 노선마다 기계충을 앓은 것처럼 듬성듬성 산등성이가 파헤처져 흉한 모습이었다.이 도로공사 감리단 관계자는 "우선 보상이 이뤄진 지역부터 공사에 들어가다보니 이렇게 됐다" 말했다.

그나마 올해까지는 이처럼 간헐적으로 공사가 진행됐지만 내년부터는 당장 공사가 중단될 판이다.
시는 이 도로 사업에 더는 예산을 부담할 여력이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았다.

시에 따르면 이 도로는 지난 2006년 국도 42호선 교통량 분산을 위해 국토해양부의 국도건설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후 2008년 5월 총사업비 3527억원 중 공사비 1263억원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보상비 2264억원은 시가 부담키로 위수탁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시는 이 도로 사업에 761억원의 지방채까지 발행했다. 하지만 재정상황이 악화되면서 보상비 예산 확보가 어렵게 됐다. 현재 시는 용인경전철 배상금 정산을 위해 발행한 지방채 등 모두 4689억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고, 경전철사업 정상화를 위해 앞으로 추가로 2200억원을 더 발행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연간 수백억원을 이자로 부담해야 되는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도로법상 건설비의 30%를 초과하는 보상비는 정부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보상비 1206억원을 국비로 지원하지 않으면 도로 개설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국토청도 보상이 선행되지 않으면 사업예산을 배정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서울국토청 관계자는 "법상 보상비는 지자체에서 부담토록 하고 있고 예산 지원이 강제규정도 아니다"라며 "정부가 별도로 지원하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재정난으로 멈춰선 도로는 이 도로뿐만이 아니다. 기흥구 보정동~하갈동을 잇는 총길이 6.23km(폭 30m)구간의 신갈~수지간 도로 확포장공사는 사업예산 부족으로 지난해 8월 공사가 아예 중단됐다. 1단계 구간(5.97km)은 대부분 개통됐지만 수원나들목 주변 42번 국도 위를 통과하는 2단계 고가도로는 하부 기둥만 설치해 놓았다. 그나마 2단계 구간 사업량을 애초 970m에서 260m로 줄였지만, 도비 확보가 어려워 사업 진행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밖에도 1996년부터 사업이 시작된 오포~포곡(국지도 57호선) 도로공사는 16년이 지난 현재까지 공정율이 1%에도 못미치는 등 현재 진행 중인 10여 곳의 도로사업도 장기화될 조짐이다. 시 관계자는 "국도 또는 광역 연결도로 임에도 지자체에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재정난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정부나 도의 지원이 없이 대규모 도로사업을 지속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