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하반기로 예정했던 분양계획을 연말이나 내년 이후로 대거 연기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분양에 나섰다가 미분양을 떠안는 것보다는 시장상황을 지켜보면서 분양시기를 조율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상대적으로 분양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장에서도 분양가 책정을 놓고 시공사와 조합 간 마찰이 빚어지면서 분양을 늦추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10월 김포한강신도시에서 1765가구를 분양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내년으로 분양을 미뤘고 현대건설은 올해 분양 예정이었던 당진 송악(792가구) 분양을 역시 내년으로 연기했다.

현대산업개발은 3월 용인 성복동에서 351가구를 분양하려 했지만 성복지구 입주예정물량이 많은 데다 마이너스 프리미엄까지 속출해 말썽이 잦아지자 분양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SK건설은 3분기 화성시에서 분양 예정이던 2600가구 공급시기를 4분기 이후로 늦췄고 한화건설도 상반기 분양 예정이었던 인천 에코메트로 연립주택(타운하우스) 231가구 분양을 하반기로 한 차례 미룬 데 이어 하반기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내년 이후로 분양시기를 더 늦출지 고민 중이다. 한화건설은 하반기 분양 예정이었던 용인 상현(556가구), 김포 풍무(2620가구) 등의 분양시기도 내년으로 넘길 것을 검토하고 있다.

수원지역에도 분양이 속속 미뤄지고 있다.

SK건설이 지난달 수원 정자동 SK케미칼 터에 3498가구를 분양했으나 3순위 청약률이 46% 수준에 그치자 비슷한 시기 이목동에서 947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던 STX건설은 아직 분양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고 한화건설도 권선구에서 분양하려던 2030가구 대규모 분양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이미영 스피드뱅크 분양팀장은 "지금 분양해봤자 미분양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건설사들의 판단"이라며 "시장 움직임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면 상당 기간 현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