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건의 배후로 추정되는 북한 정찰총국이 “황장엽을 자연사하도록 놓아둬서는 안 된다”는 방침을 세우고 2인조 암살조를 국내에 침투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암살 지령을 받은 ‘2인 암살조’는 추후 지령을 받기 위한 e메일 1개와 중국 현지 전화번호 1개를 암기해 넘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특히 황 전 비서가 명예회장으로 있는 탈북자동지회에 가입해 그의 이동 경로 등을 파악한 뒤 살해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진한 부장검사)는 황 전 비서 암살 지시를 받고 국내에 위장 탈북 형태로 잠입한 김명호(36)와 동명관(36)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목적 수행 살인음모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정찰총국이 황 전 비서가 자연사하도록 그대로 놔둬선 안 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과 동은 정찰국 전투원으로 근무하던 1998년 5월 무렵 북한 주민의 20∼30%밖에 가입할 수 없는 조선노동당에 가입한 뒤 2004년 정찰국 공작원으로 활동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북한 정찰총국장인 김영철 상장으로부터 김은 2차례, 동은 3차례에 걸쳐 “황가가 근래에 와서 수뇌부와 체제를 비난하는 도수가 지나치다. 민족의 반역자 황장엽을 처단하라”는 지령을 직접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김영철로부터 ▲남한 정착 이후 황장엽 소재 파악 등 살해 임무 수행을 위한 정보 수집 뒤 보고 ▲중국 거쳐 탈북자 가장해 남한 침투할 것 ▲옌지(延吉)에서 공작원 접선해 탈북 브로커 소개 받을 것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인민무력부 정찰국 전투원으로 선발돼 고강도 군사 교육을 받기도 했다. 사격 훈련은 기본이었다. 외국어 교육에는 남한에서 발간된 영어교재가 활용되기도 했다. 지도원과 1대 1 교육을 받는 이른바 밀봉 교육도 받았다. 이들은 북한측으로부터 황장엽 암살지령을 e메일을 통해 받기로 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북한이 2009년 기존 인민무력부 소속 ‘정찰국’을 노동당 소속의 작전부, 35호실을 흡수·통합해 정찰총국으로 확대 개편한 이후 첫 직파 간첩 사건이자, 황 전 비서에 대한 암살 지시를 내린 최초의 사건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