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9.10.20 일
지방선거, 교육감
> 뉴스 > 문화 | 오피니언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2011년 06월 27일 (월) 20:29:56 우정아 KAIST 교수·서양미술사 webmaster@ggjapp.com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온화한 파스텔톤의 벽과 피아노, 아이들이 둘러앉은 식탁. 화목한 분위기가 흐르는 평범한 가정의 거실에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일순간 냉랭한 정적이 흐른다. 추레한 외투를 걸치고 피곤에 찌든 얼굴로 어색하게 집으로 들어서는 이는 바로 이 집의 가장이자 아이들의 아버지다. 그는 정치범으로 투옥되었다가 오랜 형기를 마치고 지금 막 집으로 돌아왔다.

19세기 말 러시아의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일리야 레핀(Ilya Repin·1844~ 1930)은 그림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사진〉를 통해 혁명의 시대에 개인들이 겪어야 했던 지극히 현실적인 일상을 보여준다. 혁명가였던 그림 속의 아버지는 사회 개혁을 향한 원대한 포부와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던 의지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뒤에 남겨진 채 고난을 떠안았던 가족들에게 그는 단지 무책임한 가장일 뿐이었다. 힘겹게 되찾은 평온 속에서 아무도 그를 기다리지 않았다. 마침내 아버지가 돌아왔지만 감격의 드라마는 없었다. 어른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하고, 오래전에 아버지 얼굴을 잊은 아이들은 오히려 겁에 질린 표정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아버지들 역시 가족들로부터 소외된 그림 속 아버지를 닮았다. 아버지들은 세파에 시달리느라 정작 가족에겐 무심했고, 남은 가족들은 각자 알아서 그의 빈자리를 메워버렸다. 요즘 아이들에겐 퇴근 후 무뚝뚝한 얼굴로 집에 들어서는 아버지가 불편한 존재란다. 지금 '혁명'이 필요한 곳은 바깥이 아니라 집안일지도 모른다.

우정아 KAIST 교수·서양미술사의 다른기사 보기  
ⓒ 경기중앙신문(http://www.ggjapp.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겨울 설경 아름다운 등산로,선자령
취임 4주년 김상곤교육감, 파장유치원
경기도교육청 29일 퇴직교원 550명
실내에서도 쓸 수 있는 그물침대 ‘라
요즘 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 각양
공무원·군인 봉급 평균 3.5% 인상
통일나눔,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
화성시, 건축법령 개정 공장증설 규제
KCC, 그린 리모델링사업 본격화
수원역 23평형 파크빌이 1억3천5백
신문사소개 | 기사제보 | 광고문의 | 불편신고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경기도 수원시 권광로 55, 109-802호 (권선동 권선자이) | Tel (031)8002-6117 | Fax (031)225-6807
등록번호 : 경기도 아00301 | 등록년월일 : 2010년 5월 4일 | 발행인, 편집인 : 김승원 | 부사장 : 심규영
문화예술사업부 : 대표 이승우 | 청소년보호 책임자 : 김승원
Copyright 2009 경기중앙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ggjap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