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교원들의 업무 경감을 위해 발벗고 나선 가운데 한 현직 교사가 현장에서 직접 느끼거나 동료 교사들로부터 제보받은 불합리한 관행들을 제시하며 업무 관련 학교 현장의 문제점들을 꼬집었다.

불곡고등학교 신동하 교사는 오는 25일 오후 경기도교육청에서 도교육청 주최로 열리는 '단위학교가 체감하는 교원 행정업무 경감 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 '교사 관점에서 본 교원 행정업무 경감 저해 관행 및 개선 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한다.

"민주적 의사 결정구조가 정착되지 않은 가운데 강행된 학교의 자율경영권 확대 이후 기존의 관행을 지속하고 일을 부풀리는 경우가 더욱 늘어났다"고 주장한 신 교사는 이 자료에서 학교 현장에서 개선되어야 할 관행을 다음과 같이 나열했다.

업무 분장을 학년이나 교과 등 교육 중심이 아닌 부서별 행정 중심으로 하는 경우, 교내 고사를 보면서 인장등록, 서약서 취합 등 불필요한 일을 만드는 사례, 0교시 수업을 금지하자 EBS 시청으로 0교시를 하는 사례, 교문지도가 금지되자 '교통지도'로 바꿔 기존의 관행을 사실상 계속하는 사례 등이 신 교사가 꼽은 관행들이다.

신 교사는 또 공문이 아닌 모사전송이나 업무연락까지 결재받도록 강요하는 등 수차례 걸친 지침에도 계속되는 과잉 결재나 이중 결재, 가정통신문 문구까지 첨삭지도하며 누차에 걸쳐 반려시키는 관리자, 각종 감사 혹은 연찬회에서 눈도장 찍기 및 사진 남기기 같은 과잉 의전 등도 개선해야할 관행으로 꼽았다.

특히 이 교사는 "극단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지만"이라고 밝힌 뒤 "윗사람에 대한 예의라며 직원 출.퇴근시 교장실에 와서 인사하라고 강요하는 교장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밖에 신 교사는 비생산적인 면피성 문서 생산, 학교평가용으로 남발하는 각종 교내 대회, 실적올리기를 위한 조급한 특색사업 또는 행사 실시, 학교 공간이 없는데도 방과후 강좌를 무리하게 개설하는 사례, 커튼 묶는 방법까지 통제와 간섭하는 사례 등도 교원의 잡무를 가중시키는 관행으로 꼬집었다.

신 교사가 이날 제시한 학교 현장의 불합리한 사례만도 100여가지에 달했다.

신 교사는 "잡무 경감을 통제권 감소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고, 행정 잡무를 일부 관리자 혹은 관리자 지망생(부장교사)들이 '전문성'을 빛낼 기회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며 "교육청의 평가와 달리 현장 교사들의 잡무 경감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원의 잡무는 '경감'의 대상이 아닌 '폐지'의 대상"이라며 "교육청은 현장에서 왜 변화가 더딘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학교 행정직 직원들로부터 '교원 업무경감은 학교 행정직 공무원에게 업무 떠넘기기'라는 불만이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번 토론회에서 나현정 백석초교 행정실장은 "'교원업무 경감'이 아닌 '교직원 업무경감' 방향으로 나가야 하고, 교직원 업무경감은 교육재원확충을 통한 근본적인 인력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