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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사이버 소통` 을 가로막나
2011년 03월 05일 (토) 07:56:37 강유정 영화ㆍ문학평론가 webmaster@ggjap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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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멜빌 소설 `필경사 바틀비`에는 흥미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바틀비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 한 가지다. 그는 아무것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그는 모든 상황에 대해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I would prefer not to)"라고 말한다. 그는 일을 하라는 요구에도, 직장을 떠나라는 명령에도, 심지어 쉬라는 말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 편이 낫겠습니다`라고 말할 뿐이다. 그는 단지 그렇게 하지 않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할 뿐이다.

우리는 어떤 사태에 대해 서둘러 개입하기를 요구받는다. 가령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범죄 사건이 알려지면 누구나 다 그 사건에 대해 논평을 내뱉는다. 최근 젊은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의 죽음을 둘러싼 사람들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한국 영화 전체에 대한 광범위한 불매운동을 주장하고, 누군가는 이 죽음은 단지 한 개인의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한쪽은 사태를 과장하고, 한쪽은 사태의 뉘앙스를 지나치게 축소하고 있다. 답인 척하지만 둘 다 답이 될 수는 없다.

현재적 사태에 대한 논평은 분석이 아닌 선언과 닮아 있다. 목소리는 높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이나 조언이 등장하는 사례는 드물다. 즉각적 논평들은 대부분 원인에 대한 심층적 이해 없이 격정적 태도를 윤리적 근거로 제시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태의 알고리즘을 파악하고자 하는 행위는 방관으로 비난받기 쉽다. 즉각적 응답이야말로 최고의 선이자 윤리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즉각적 응답이라는 말만큼 무책임한 말이 있을까?

2월 내내 웹상에서 벌어진 소설가 김영하의 사이버 논쟁에는 즉각적 응답의 허구성이 잘 드러나 있다. 신춘문예 등단에 실패한 작가들에 대한 선배의 위로로 시작된 논쟁은 `작가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맞아 우회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생존권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 `사회적 보호의 대상이다`라는 원론적 대립이 지속되는 가운데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사건을 빌미로 작가의 자존심을 주장했던 김영하는 갑자기 암묵적 가해자로 공격당한다. 그리고 그는 이내 사이버 소통의 절필을 선언했다.

김영하가 사이버 공간에서 소통을 포기했다는 점은 여러 가지로 아이러니하다. 첫째, 그는 기성 작가 중 가장 먼저 웹 공간을 개척한 상징적 아이콘이었다. 그는 심지어 트위터의 140자로 드러낼 수 없는 사유란 없다고까지 주장했다. 그런 그가 사이버 공간은 의사소통의 불모지라며 자신의 선언을 뒤엎고 `책상`으로 돌아갔다. 작가가 자신의 말을 생산할 공간은 오로지 책상뿐이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더 많은 의사소통은 더 많은 갈등을 의미한다. 진리에 대해서는 소통이 필요 없다. 의사가 소통되어야 하는 까닭은 그것이 개인이 가진 주관적 의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논리들, 그것이 의견이기에 우리는 사회적으로 소통해야 하고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 의견은 필연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이는 한편 모든 의견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불완전하기에 의견은 더욱 신중히 제시되어야 한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 대해서든 빠른 의견 제시를 요구한다. 하지만 때로는 즉각적 참여를 견디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응답을 찾아갈 유일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아무 의견도 내지 않고 기다리면서 두고 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한낱 주관이 진리에 가 닿을 유일한 방법이다.

`지금 당신이 영화를 보고 있는 이 순간에도 시나리오 작가 한 사람은 죽어가고 있습니다`와 같은 문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없다. 이는 응답이 아니라 선동에 불과하다. 때론 사태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각하는 것이 최선일 때가 있다.

[강유정 영화ㆍ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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