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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누라는 팔등신!
부부의 날에 즈음하여
2024년 05월 21일 (화) 13:01:03 栗田 염필택 webmaster@ggjap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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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중앙신문]

   
▲栗田 염필택 [시인,문학]

내 마누라는 팔등신!     栗田 염필택

부부의 날에 즈음하여 

 

이팔청춘에 남편을 만나

한 남자만 바라보며 일편단심

마음을 바쳐 사랑한, 일 등신

 

모태 미모에 물광 피부

칭송받던 군계일학 자태에도

몸빼 바지만 고집하던, 이 등신

 

자반고등어 구워내어

서방, 자식 살코기 발라 먹이고

껍데기가 맛나다던, 삼 등신

 

치킨집 앞을 지나는데

군침 넘어가 죽을 뻔했다면서

치킨 한번 못 시켜 먹은, 사 등신

 

흔하디흔한 휴대폰을

끝내 주부에게는 필요 없다며

집 전화만 고집하던, 오 등신

 

쥐꼬리 남편 봉급 받아

빨리도 집 장만했다는 칭찬에

입이 헤벌쭉 벌어지던, 육 등신

 

큰 병 들어 병원 가자면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더니만

육십도 못 살고 떠난, 칠 등신

 

죽을 지경 마지막 되니

몰래 모은 집 한 채 값 내놓으며

자식 부탁하고 저승 간, 팔 등신

 

등신, 등신, 찌질한 등신아!

가슴에 대못을 치고 떠난 팔등신아!

뭐가 그리 급해 살만하니 떠났던가

저승 가는 발걸음이 떨어지던가

 

설령 인연이 다시 닿는다 해도

어떤 이유로든 다시는 만나지 말자

저승 가는 날, 그대를 찾지 않으리

절대로,

절대로…

(시집 살다보니 사노라니/ 염필택/ 2022 수록작)

 

 

 

<시작 노트>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 가자는 취지로 제정된 법정기념일로 2003년 12월 18일 민간단체인 '부부의 날 위원회'가 제출한 '부부의 날 국가 기념일 제정을 위한 청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결의되면서 2007년에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다. 날짜는 해마다 5월 21일이다. 5월 21일에는 가정의 달인 '5월에 부부가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이 들어 있다.

시인이 사족(蛇足)을 단다면 부부란 기본적으로 측은지심(惻隱之心)이 근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반려자를 측은한 마음으로 바라보면 감사한 마음이 들 것이고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다 보면 사랑이 저절로 부부 사이에 생긴다고 믿는다

젊어서는 사랑해서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원숙한 부부로 익어가려면 측은해서 감사해지고, 감사해서 그윽한 사랑의 눈길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세상의 부부들이여!

‘있을 때 잘해’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돌아올 길 없는 길로 떠나보내고 보고 파하며 그리워서 아쉬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금 곁에 있는 반려자의 손부터 쓰다듬고 감사의 말을 건네보지 않으시려는지….

 

 

<프로필>

염필택: 경기 안산 출생. 수원에서 성장. 공주교대를 거쳐 협성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雅號로는 성장지 栗田(시, 수필)과, 출생지 陽村(시조)을 인용하여 사용하고 있음.

시, 시조, 수필 부문에 등단하였고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문화관광부장관상을 비롯하여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함.

시집 「살다 보니 사노라니」와 시조집 「바람의 속내」가 있으며, 동인지 <토방구리>, <꽃다리>, <옹이> 등에 참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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