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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훌륭히 키우려거든...,'스승의 날에 즈음하여'
2023년 05월 11일 (목) 16:56:05 염필택 시인 webmaster@ggjap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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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중앙신문]

   
▲염필택 시인

흔들려보지 않은 바람이 있겠는가

바람이 흔들려 반짝이게 된 별을

한 번쯤 보지 않은 사람이 있으리까

그러면서 하루하루 꿈을 키워가는 게지

 

흔들려보지 않은 청춘이 있겠는가

포세이돈의 심술에 질풍과 노도를

한 번쯤 거치지 않은 청춘이 있으리까

그러면서 한 뼘만큼씩 성숙해가는 게지

 

흔들려보지 않은 사랑이 있겠는가

헤라의 입맞춤에 질투의 격랑을

한 번쯤 넘지 않은 사랑이 있으리까

그러면서 한 걸음씩 다가가는 게지

 

흔들려보지 않은 인생이 있겠는가

머피의 법칙에 좌절의 구렁텅이를

한 번쯤 겪지 않은 인생이 있으리까

그러면서 둥글둥글 익어가는 게지

 

나도 별 따러 가야지!

<별 따러 가자/ 염필택/2021>

 

가드네렐라 버지날리스(Gadnerella Vaginalis). 생물학이나 의학을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에게는 참으로 생소한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단어를 40년이 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반대학에 진학하여 꿈에 부푼 새내기 대학생 생활을 시작할 무렵에 교양학부의 생물학 교수님이 들려주신 자신이 겪은 이야기가 감동의 쓰나미가 되어 뇌리에 각인이 되었다.

교수님이 40대 때, 따님이 초등학교 2학년일 때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학교에 갔다가 돌아온 딸이 허겁지겁 서재로 뛰어들며 “아빠, 아빠는 가드네렐라 버지날리스가 무엇인지 알지?”하는데 순간적으로 낌새가 이상하여 우선 모른다고 답변하였더니 의기양양했던 딸의 얼굴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더라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본 끝에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음이 짐작되어 딸이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오늘 무슨 일이 있었지 않았냐고 물으니 선생님이 한숨을 쉬시며 하시는 말씀이 “○○이가 오늘 수업 시간에 대뜸 손을 들고는 가드네렐라 버지날리스가 뭐예요 하는데 난생 처음 들어 본 낱말이라 당황이 되었지만 내가 알고 있었지만 잘 생각이 안 나니 내일 알려 준다고 일단 위기를 모면하고 집에 와서 아무리 책을 찾아봐도 알 수가 없어 끙끙대고 있습니다.” 하는 수심에 찬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더라는 것이다.

당시는 오늘날처럼 인터넷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참 난감했으리라는 것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어서 선생님께 ‘가드네렐라 버지날리스(Gadnerella Vaginalis)’는 여성생식기에 서식하며 질염을 일으켜 생선비린내 같은 악취를 풍기는 병균이라고 자세히 가르쳐 드렸답니다.

다음날 학교를 다녀온 딸의 얼굴이 한층 밝아져서는 “아빠, 아빠! 우리 선생님이 최고야! 대학교 선생님인 아빠도 모르는 걸 우리 선생님은 다 안다!”라며 의기양양해서 재잘대는 것을 보고는 제 나름대로 젊은 총각 선생님이 새 담임 선생님이 되니까 관심을 끌고 싶어 궁리 끝에 아빠 책을 몰래 뒤지고 뒤져서 당돌한 질문을 준비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니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노라고 하셨다. 그 후부터 담임 선생님의 말씀이라면 하느님 말씀보다 더 잘 듣고 나중에 나름대로 학교생활을 모범적으로 마치고 사회의 일원으로 잘 커서 지내고 있노라는 말씀이었다.

비슷한 일례를 하나 더 살펴보면 오래전에 읽었던 다나카 총리의 자녀교육에 얽힌 일화로 또 하나의 감동으로 가슴에 자리 잡고 있다.

이미 주지의 사실이지만 다나카 총리는 다른 역대 총리들과 비교하면 출신 가문도 한미하고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인 학력으로 내각 수반에 오른 입지전(立志傳)적인 인물이다 보니 자녀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던 모양이다.

정작 자신이 내각의 총리가 되고 나니 고등학교에 잘 다니고 있던 아들이 성적이 날이 거듭될수록 떨어지고 행동마저 점점 이상해지더란 것이다. 그래서 직원을 시켜 슬며시 아들의 학교에 문의해 보았더니 모범생이던 아들이 날로 오만방자하게 변해 가며 학교 규칙도 안 지키고 교사들의 지시를 대놓고 안 따른다는 것이었다. 충격에 휩싸여 어떻게 하면 아들을 바른길로 인도할 수 있을까 고심을 거듭하던 끝에 조용히 아들을 불러서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시치미를 떼고는 오늘 저녁에 선생님과 상담할 일이 있으니 집으로 오시라고 전해라 일렀다.

그리고는 그날 오후의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일부러 아들 앞에서 연출하며 대기 상태로 있다가 관저의 초인종이 울리자마자 버선발로 대문까지 뛰쳐나갔다. 선생님께 코가 땅에 닿도록 인사를 하면서 맞아들여 무릎을 꿇은 채 저녁 식사를 다 하실 때까지 지극정성을 다해가며 손수 시중을 들었다는 것이다. 모든 과정을 지켜보도록 아들을 일부러 옆에 있게 하였는데 놀란 토끼 눈을 해서 지켜보더라는 것이다. 그 후부터 아들의 학교생활이 점차 달라지고 교사의 지시를 철저히 따르려고 든다는 뒷얘기를 전해 듣고는 매우 흡족해했으며 나중에 아들이 동경대학에 합격했노라는 이야기였다.

요즘 아이들은 과거보다 엄청나게 영악해져서 지금은 별 의미가 없어졌으나 우리 세대는 선생님을 신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어 화장실도 안 가시는 줄 알았었다. 그래서 필자가 교사로 부임하던 시절만 해도 초등학교 저학년 담임교사의 금기 사항 몇 가지가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질문하면 절대로 모른다는 답변은 하지 말라는 것이었고, 아이들 앞에서 돈 세지 않기, 밥 먹지 않기, 생리현상(하품, 방귀, 트림 등) 보이지 않기 등이다. 왜 그러한지는 독자들도 충분히 짐작이 갈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과거의 흑역사가 대통령 친인척의 비리와 자식들의 소통령 짓으로 비롯된 연이은 구속사건 등을 비추어 볼 때 앞의 일본 총리 일화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무엇인지는 자명해지는 것이다.

내가 당시에는 교사가 되기 위한 교육대생이 아닌 일반대를 다니던 대학생으로서 교사라는 직업에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던 시절로 그냥 흘려버릴 만도 한데 왜 이 이야기들이 각인되었는가 하면 부친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농사 중에 제일 중요한 농사가 자식 농사’라는 말씀이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사자성어의 교훈처럼 자식 농사를 잘 지어 부모보다 훌륭한 후손을 키우는 것이 가문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가장 막중한 일라는 것을 일깨우고자 함이었으리라.

묘하게도 운명처럼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고교 시절에 생각지도 않던 교육대학을 다시 들어가서 교사가 되었고 이제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는 시점이 되고 보니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이다.

그 이유는 요즘 학부모들이 고학력자가 늘어나다 보니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교사를 대하는 태도가 예전 같지 않고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무례해지는 경향이 있어 안타까운 현실을 같이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위의 일화들을 장황하게 늘어놓게 된 것이다.

가장 어리석은 부모가 자녀 앞에서 교사를 욕하고 비하하는 부모일 것이다. 자신이 자식 앞에서 똑똑해 보이고 싶고, 멋져 보이고 싶겠지만 조금만 돌아보면 참으로 어리석고 낯부끄러운 행위이다. 그러한 행동을 하는 부모 곁에서 성장하는 자녀는 교사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을 결코 가질 수가 없을 것이다. 교육의 성패는 교사와 학생 간에 래퍼(Rapport)가 형성되어야지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코흘리개도 아는 상식이다. ‘래퍼’란 공감적인 인간관계 또는 그 친밀도를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로써 학생이 교사를 불신하고 깔보는 상황에서 내 자녀가 훌륭하게 크기를 바란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 식의 어리석은 소망 사항일 뿐이고 어불성설(語不成說)이며 앞으로 닥쳐올 결과는 자녀교육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재앙으로 다가설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학부모님들께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나를 낮추고 교사를 높이는 것은 내가 못나서가 아니라 내 자녀의 장래를 위한 슬기로움에서 비롯된 처신이란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곱씹어봄이 어떠시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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