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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되찾아야 할 한국식 조경
시와 함께 고민해보는 생각 한 꼭지
2023년 04월 13일 (목) 07:06:27 염필택 시인 webmaster@ggjap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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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중앙신문]

   
▲염필택 시인

동백꽃 붉은 정념 지키려다 순절한 뒤

백목련 고귀함을 자랑하며 피고 지나

질 때의 추한 끝맺음 본받을 게 없어라

 

은은한 아기씨 꽃, 명자꽃 지고 나면

영산홍 으스대나 노류장화(路柳墻花) 산홍이

한 생을 살다가 감에 시종여일(始終如一) 사세나

(시종여일/염필택/2020)

 

봄이 무르익어 갈 때쯤이면 해마다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조경수로 쓰이는 관목(灌木) 종류라고 하면 대부분이 영산홍으로 도배를 하다시피 하는 세태이다.

조선 세종 때 영산홍이 도입되었다고 하는데 내가 어릴 때 우리네 화단에 영산홍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봄이면 정원 및 도롯가를 온통 점령하고 영산홍이 꽃 천지를 이루며 화단의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과거에는 남부지방에서만 노지재배가 가능했고, 중부지방에서는 화분에 심어 실내에서만 겨우 완상(玩賞)이 가능하던 것이 지구온난화 덕분에 온 나라를 뒤덮은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예쁘게 보려고 노력해도 정이 가질 않는 꽃을 꼽으라면 그 으뜸이 영산홍일 것이다. 그 꽃 색부터가 너무 원색적이고 좀 천박한 색조를 띄어 정감이 안 간다. 비슷한 시기에 피어나는 대표적인 꽃이 명자나무꽃이다. 우리 조상들은 그 고아한 꽃 색의 품격에 걸맞게 “아기씨 꽃”이라는 참으로 어여쁜 이름을 붙여 불러왔다. 영산홍이 원색의 값싼 화장을 하고 나선 노류장화 같은 느낌이라면 명자꽃은 우리의 누이 또는 별당에서 미소를 머금고 나서는 아씨를 닮은 듯 친근감이 가는 꽃이다. 꽃이 질 때를 보아도 영산홍은 향기도 없는 것이 요란한 빛으로 물들어 값싼 웃음을 흘리다가 열매조차 있는 듯 없는 듯 꽃잎이 말라비틀어진 채로 남아있는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반면에 명자꽃은 다소곳이 지고 나면 한약재로 쓰이는 열매를 슬며시 맺어놓는 덕성까지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개인의 호불호의 차이지만 좋아하고 안 하고를 가지고 탓할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도시미화 및 조경 문제에서는 한 번쯤 차분히 생각해보고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정원의 조경 원리가 자연의 모습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며 사람의 간섭을 배제한 자연미 유지에 주안점을 두었지만, 서양의 정원은 인공을 가하고 직선 위주의 광장 문화를 추구해왔다. 인공의 극치가 분수 문화일 것이다. 일본의 정원은 동양 정원의 아름다움을 따르지만, 나뭇가지 하나에도 사람이 조형을 가하여 철저한 간섭을 통한 인공미의 극치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 정원 구성에 영산홍이 가장 잘 어울리는 소품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그동안 오해해 온 것이 있다. 우리는 벚나무가 일본을 상징하고 일본인의 민족성을 잘 나타내는 꽃이란 생각에 멀리했던 적도 있으나 이제는 벚나무의 원산지가 제주도라는 것이 밝혀지고, 오동나무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가문의 문장으로 쓰이다가 나중에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상징이 되었다는 것을 알면서 오해가 많이 풀려가는 추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영산홍이 일본 원산인 화목(花木)답게 일본을 가장 잘 나타내는 꽃이라는 사실에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모습이다. 왜색을 띠는 빛깔부터 일제히 피었다가 일제히 지는 모습이라든지, 뒤끝이 아름답지 못하다든지 등등….

내가 핏빛을 포함해 다양한 색깔로 피어나는 영산홍 앞에 섬뜩함과 천박함을 느끼는 것은 소아적 국수주의(國粹主義)에서 비롯된 것일까?

영산홍이라는 꽃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만은 아무런 의식 없이 무분별한 식재로 말미암아 우리 고유의 정원이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고 온 산하가 영산홍 천지로 변해가는 데서 우리의 무지함이 더 심각하다 할 수 있겠다.

옛날부터 선조들이 즐겨왔던 우리의 정서에 맞는 조경 및 식재로 원래 지녔던 고아(高雅)하고 품격있는 한국식 정원 모습으로 돌려놓을 방도는 없는 것일까?

우리 고유의 수종들이 주류를 이루어 넘실대며 미소 짓는 우리 식의 조경으로 꾸며진 한국만의 또는 지방마다 지역 특성을 살린 독특한 명품 정원과 가로(街路)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ypt0406@hanmail.net 시인 염 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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