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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호의 세상보기] '투키디데스 함정론'
2023년 04월 07일 (금) 09:22:49 경기중앙신문 webmaster@ggjap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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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중앙신문]

   
▲김연호 [노사민정사무국장]

‘미래를 위한 결단인가, 아님 굴욕 외교인가?’지난 3월 16일 일본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 이후 윤석열 정부의 일본 외교에 대해 정치권 및 여론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상반된 반응이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여론의 주목을 받은 내용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의 해법으로 우리나라 정부가 ‘제3자 변제’방식을 제안한다는 것이었다.

그 상대국이 우리와는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인지라 국민 정서를 건드렸고 굴욕외교 논란 여파로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도는 급격히 하락하였다. 정부 및 여당에서는 한국의 주도하게 미래를 위한 결단이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야권에서는 친일정부의 굴욕외교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우리는 한일 관계를 포함하여 외교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봐야 할까? 명분을 중시할 것인가 아님 실리를 택할 것인가? 과거 역사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없는가?

현재 한국의 외교 상황을 명-청 교체기의 조선에 비유하거나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외부환경이 녹록지 않고 우리의 외교적 선택이 곤혹스러운 것은 분명해 보인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사용한 개념으로, 고대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의 경쟁관계를 서술하면서 “2인자에 대한 1인자의 불안이 전쟁으로 이어졌다”라는 주장해서 유래했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정치학자인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가 그의 저서 <예정된 전쟁>에서 미중 간의 충돌을 언급하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2018년 파이낸셜타임즈의 올해의 단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앨리슨 교수는 신흥 강대국이 부상하면 기존의 강대국이 견제를 하는 과정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향이 높다고 주장하며, 미중 간의 충돌 가능성을 언급했다. 2019년 미국이 중국 경제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에 나서면서 앨리슨 교수의 주장은 더 설득력을 갖고 외국 언론에서도 다뤘고, 한국 언론에서도 투키디데스 함정이라는 용어를 적용하면서 우리가 처한 외교 상황에 대한 분석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하기 이전까지 한국 정부의 외교 기조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큰 흐름을 유지해왔으나, 최근 그 기류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의 주요 언론들이 바로 투키디데스 함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중국의 급부상은 기존의 세계질서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으며, 미중 간의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한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미중 간의 관계에서 확실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여기서 확실한 선택은 미국에 대한 ‘몰빵 외교’를 주문하고 있다. 그 근거는 우방국인 미국의 편에 서야 한다는 명분론을 내세우고 있고, 결국 미중 간의 충돌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라는 낙관론에 기반하고 있다.

모든 국가의 외교 정책은 자국 중심주의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도 마찬가지이고 한국과 일본도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고 있다. 과거 냉전시대 이념 중심의 편가르기, 혹은 역사상의 관계 같은 명분보다는 철저하게 경제적 실익, 자국민 보호 같은 실리 중심의 외교가 최근 외교 정책의 큰 흐름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상황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외교 정책 방향은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가 아닌 바로 우리 전체 국민의 이익,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것이다.

정글 같은 국제무대에서 국력이 약하면 자국의 이익을 주장할 수도 국민의 안전을 지켜낼 수도 없다. 냉혹한 현실이다. 그럼 현재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전 국민의 헌신과 노력으로 경제적으로는 세계 10위권, 군사적으로는 세계 7위권으로 도약하였다. 후진국과 경제개발도상국을 뛰어넘어 선진국 반열에 오른 유일무이한 국가이다. 미국, 중국 같은 초강대국과도 충분히 우리의 국익을 과감히 주장하며 협상할 수 있는‘상대적 자율성’을 갖고 있는 위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최소한 구한말 대한제국이나 한국전쟁 시기같이 강대국에 이끌려 갈 수밖에 없는 국가의 위상은 아닌 것이다.

미중 간의 관계에서도 투키디데스 함정에 매몰되지 말고 당당히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라고 주문하고 싶다. 더 나아가 우리 국민의 정서까지 감안해달라고 요구하면 너무 욕심인가? 우리 국민은 국익과 안전 이외에 자존심까지도 주장할 만큼의 충분한 자격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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